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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LG가 집을 팔기 시작했는데, 정작 짓는 건 그 회사가 아니었다

by money-insight7 2026. 7.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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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아침 한국경제 기사를 훑어보다가 낯익은 사진에 눈이 갔다. "30평짜리 신축이 1억5000만원"이라는 제목 아래, 삼성전자와 LG전자가 나란히 조립식 집을 판다는 기사였다. 처음엔 그냥 재미있는 이야기라고 생각했다. 가전회사가 집까지 판다니, 사업 다각화도 참 멀리 갔다 싶었다. 그런데 본문을 두 번째로 읽다가 문장 하나에서 멈췄다. 그 문장 때문에 이 글을 쓴다.

삼성 AI 모듈러 홈과 LG 스마트코티지 등 대기업 모듈러 주택 이미지

1. 가전회사가 집을 짓기 시작했다

삼성전자는 지난달 '삼성 AI 모듈러 홈'을 출시했다. 10평형(33㎡), 30평형(99㎡), 40평형(132㎡) 세 가지 크기 중 고르면 되고, 평당 건축비는 AI 가전을 포함해 500만~600만원 선이라고 한다. 30평 기준이면 대략 1억5000만원이다. 공장에서 만들어져 하루 평균 2채, 한 달이면 40채가 나온다는 생산 속도도 눈에 띄었다.

LG전자는 이미 2023년부터 '스마트코티지'라는 이름으로 이 시장에 들어와 있었다. 이번에 22평형과 24평형 신제품 두 종을 추가하며 라인업을 8종으로 늘렸는데, 가격은 옵션에 따라 1억9950만원부터 시작한다. 기존 제품 대비 평당 가격을 최대 76%까지 낮췄다는 설명도 붙었다. 처음엔 8평짜리 세컨드하우스 콘셉트로 시작했던 사업이, 이제는 20평대 '살림집'과 기업 연수원, 숙박시설까지 내려온 것이다.

두 회사 모두 파는 방식이 비슷하다. 집을 짓고 나서 가전을 채우는 게 아니라, 공장 제작 단계에서부터 자사 AI 가전과 스마트홈 플랫폼(삼성 스마트싱스, LG 씽큐)을 통째로 심어서 완성품으로 배송한다. 아파트는 입주 후에 가전을 들이지만, 이 집들은 처음부터 그 회사의 생태계로 지어진다는 뜻이다. 여기까지는 "아, 가전 시장이 포화되니까 집이라는 새 판매 채널을 찾았구나" 정도로 이해하고 넘어갔다.

2. 그런데 낯익은 이름이 있었다

기사를 다시 읽다가 이 문장에서 멈췄다. "이 집은 경기 화성시에 있는 협력사 공간제작소 공장에서 태어납니다." 공간제작소. 몇 달 전에 유튜브에서 본 이름이었다.

그때 본 영상은 '지식인사이드' 채널이 공간제작소의 화성 자동화 공장을 직접 찾아가 박정진 대표를 인터뷰한 내용이었다. 36평형 2층 단독주택을 평당 400만원 선, 총 1억2000만원대에 지을 수 있다는 것, 하루에 2채를 생산한다는 것, BIM 3D 도면이 로봇 시스템으로 바로 전송돼 자재를 오차 없이 재단한다는 것, 숙련된 목수가 붙어도 120시간 걸리는 창호 골조 작업을 자체 개발한 로봇 팔이 3~4시간 만에 끝낸다는 것. 목조주택의 고질병인 층간소음도 국내 최초로 3등급을 통과했다고 했다. 보면서 순수하게 신기했다. 저런 기술을 가진 회사가 한국에 있었구나, 정도의 감상이었다.

그런데 그날 이후로 대기업의 모듈러 주택 진출 뉴스가 하나둘 나오는 걸 보면서 슬쩍 걱정이 됐다. 삼성전자, LG전자 같은 회사가 이 시장에 자본을 쏟아붓기 시작하면, 저 화성의 작은 로봇 공장은 버텨낼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었다. 대기업이 들어오면 중소기업이 밀려나는 그림을 워낙 많이 봐왔으니까.

3. 걱정이 틀렸다는 걸 깨달은 순간

그 문장을 다시 읽고서야 걱정의 방향이 잘못됐다는 걸 알았다. 삼성전자는 이 시장에 들어오면서 자체 공장을 짓지 않았다. 이미 있던 공간제작소의 화성 공장을 그대로 썼다. 즉 삼성전자는 공간제작소의 경쟁자로 등장한 게 아니라, 공간제작소의 가장 큰 고객이자 유통 파트너로 등장한 것이다.

LG전자 쪽을 확인해봐도 같은 그림이었다. 스마트코티지는 모듈러 주택 전문업체 스페이스웨이비와 협업하는 구조다. LG전자도 삼성전자도, 집을 직접 짓는 대신 이미 로봇 자동화 기술을 확보한 전문 기업을 파트너로 골랐다. 두 대기업이 약속이라도 한 듯 같은 선택을 했다는 점이 오히려 이 구조가 우연이 아니라는 걸 보여준다.

찾아보니 공간제작소는 2016년에 설립돼 올해로 업력 10년 가까이 된 회사였다. 500억원 규모의 자동화 로봇 설비를 새로 들여 올해 초 평택에서 화성으로 공장을 확장 이전했는데, 이 화성 공장이 단일 목조주택 생산 공장 기준으로 아시아 최대 규모, 연간 1700채를 만들 수 있는 규모라고 한다. 몇 달 전 영상에서 봤던 그 로봇 팔과 자동화 라인이, 알고 보니 이미 이 정도 체급으로 커져 있었던 셈이다.

한 가지 더 눈에 띈 건 자금 조달 방식이었다. 스타트업 정보를 다루는 THE VC를 찾아보니, 공간제작소는 외부 벤처투자 유치 이력이 따로 확인되지 않았다. 500억원짜리 로봇 설비 투자를 벌써 마쳤다는 걸 생각하면, 외부 투자보다는 자체 매출과 차입으로 이만큼 키워온 것으로 보인다. 반면 LG전자의 파트너인 스페이스웨이비는 시리즈A 단계에서 45억원가량의 투자를 받은 이력이 있다. 두 회사가 대기업과 손잡기까지 걸어온 길이 꽤 다르다는 게 흥미로웠다. 박정진 대표는 최근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3년 안에 기업공개(IPO)를 목표로 하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는데, 지금처럼 대기업 물량이 실제 매출로 잡히기 시작하면 이 목표도 앞당겨질 수 있을 것 같다.

4. 왜 대기업은 직접 짓지 않았을까

여기서 드는 의문은 하나다. 삼성전자 정도의 자본력이면 로봇 공장을 새로 짓는 것도 못할 일은 아닐 텐데, 왜 굳이 남의 공장을 빌렸을까. 답은 아마 시간에 있는 것 같다. 유튜브 영상에서 봤던 것처럼, 이 회사의 경쟁력은 자본으로 하루아침에 복제되는 게 아니다. BIM 설계와 로봇 시스템을 연동시키는 노하우, 자체 개발한 창호 조립 로봇, 처지지 않는 단열재, 층간소음 3등급을 통과시킨 시공 디테일 같은 것들은 몇 년간 실제로 집을 지어보면서 쌓인 데이터와 시행착오의 결과물이다. 돈을 아무리 쏟아도 그 시간 자체를 살 수는 없다.

그래서 구조가 이렇게 나뉜 것 같다. 하드웨어를 실제로 만드는 일은 오랫동안 그 기술만 파온 중소 기술기업이 맡고, 대기업은 자기가 잘하는 영역, 즉 브랜드 신뢰도와 유통망, 그리고 AI 가전 생태계를 얹는다. 반도체로 치면 팹리스와 파운드리 관계와 비슷하다. 설계와 판매는 브랜드가, 실제 제작은 기술을 가진 파트너가 담당하는 구조 말이다.

가격 차이도 이 구조를 뒷받침한다. 공간제작소가 자기 브랜드로 직접 팔 때는 36평 기준 평당 400만원 선이었는데, 삼성 브랜드로 나온 제품은 30평 기준 평당 500만~600만원이다. 집의 기본 골조와 시공 방식은 크게 다르지 않을 텐데 가격이 뛴 이유는, AI 가전과 스마트싱스 솔루션이 통째로 얹어지면서 그만큼의 마진이 브랜드 쪽으로 붙었기 때문일 것이다. 제조 기술은 파트너가 대고, 부가가치와 마진 구조는 브랜드가 설계하는 그림인 셈이다.

5. 그런데 이 구조가 마냥 좋은 이야기만은 아니다

여기까지만 보면 공간제작소 입장에서는 더할 나위 없는 그림이다. 하지만 대기업의 물량을 받는 중소 제조사가 흔히 빠지는 함정도 떠올려볼 필요가 있다. 애플 제품 대부분을 조립하는 폭스콘이 그 대표적인 예다. 폭스콘은 매출 규모로는 세계 최상위권 전자기업이지만, 영업이익률은 늘 한 자릿수 초반에 머무른다. 물량은 확실하게 안겨주는 대신, 가격을 정하는 힘은 발주처인 애플이 쥐고 있기 때문이다. 대량 생산을 맡는 파트너가 매출은 커지는데 정작 남는 돈은 크지 않은 구조, 공간제작소도 이 함정을 피해 가리라는 보장은 없다.

숫자로도 한번 짚어보고 싶었다. 삼성전자가 밝힌 목표는 3년 안에 누적 1만채다. 연평균으로 나누면 한 해 3300채가 조금 넘는다. 그런데 공간제작소 화성 공장의 연간 생산 능력은 1700채라고 한다. 산수만 놓고 보면 삼성 물량 하나만으로도 지금 공장의 캐파를 두 배 가까이 웃돈다. 물론 삼성이 밝힌 1만채에는 북미 클레이턴과 협업하는 해외 생산분도 섞여 있을 테니 전량이 화성 공장에서 나오는 건 아닐 것이다. 그래도 국내 물량만 어느 정도로 잡아도, 지금 규모로는 벅차 보이는 숫자인 건 분명하다.

이 미스매치가 의미하는 바가 있다. 공간제작소가 삼성 물량을 받아내려면 결국 추가 증설이 필요하고, 그 투자 부담은 상당 부분 공간제작소가 떠안게 된다. 반대로 삼성 쪽에서 주문량을 줄이거나 일정을 조정하면, 그 리스크도 고스란히 공간제작소로 돌아간다. 캐파를 키울수록 특정 고객 하나에 대한 의존도는 더 깊어지는 구조다. 지금까지 나온 기사들에서 LG전자는 항상 "스페이스웨이비 등 다양한 기업들과 협력하고 있다"는 문구를 붙인다. 처음부터 벤더를 하나로 몰지 않고 분산해두는 전략으로 읽힌다. 반면 지금까지 확인된 삼성의 파트너는 공간제작소 하나뿐이다. 물량의 크기는 삼성 쪽이 훨씬 매력적이지만, 벤더 집중도로 보면 지금 더 큰 리스크를 지고 있는 쪽은 공간제작소인 셈이다.

다만 이 밀월 관계가 영구적일지는 지켜봐야 한다. 삼성전자 이신영 그룹장은 해외 사업 확장을 이야기하며 "다양한 협업 업체를 모색하고 있다"고 밝혔는데, 이는 국내에서도 공간제작소가 계속 유일한 파트너로 남지는 않을 수 있다는 뜻으로 읽힌다. 지금은 초기 단계라 물량이 한 곳에 집중돼 있지만, 사업이 커질수록 삼성도 LG처럼 벤더를 늘려갈 가능성이 크다. 공간제작소로서는 지금의 독점적 지위를 오래 누릴수록 좋지만, 그 지위가 영원하지 않을 수 있다는 점도 함께 봐야 할 것 같다.

6. 이게 투자자에게 주는 신호

개인적으로 얻은 교훈은, "대기업이 이 시장에 들어온다"는 뉴스를 볼 때 반사적으로 "그럼 원래 있던 중소기업은 밀려나겠구나"라고 판단하면 안 된다는 것이다. 이번처럼 실제 공급망 안에 들어가 있는 기업이라면, 대기업의 진출은 오히려 물량과 신뢰도를 동시에 얻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삼성전자는 3년 안에 누적 1만채 판매를 목표로 잡았고 북미의 클레이턴과도 사업을 진행 중이라고 밝혔는데, 이 물량이 실제로 소화된다면 그만큼 공간제작소의 화성 공장 가동률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다만 아쉬운 지점은 있다. 공간제작소는 비상장 기업이라 직접 투자할 방법이 없다. 이럴 때는 시선을 넓혀서, 이미 상장돼 있는 모듈러·건자재 밸류체인 쪽을 함께 챙겨보는 게 현실적이다. 국내 모듈러 건축 시장은 한국철강협회 모듈러건축위원회 집계 기준으로 2024년 약 5600억원에서 2030년 3조7000억원 규모로 커질 것으로 전망되는데, 이 정도 성장 속도라면 삼성·LG의 AI홈 확장뿐 아니라 자재·시공을 담당하는 주변 업체들에도 온기가 퍼질 여지가 있다. 물론 관련주라는 꼬리표가 붙었다고 실제 실적으로 이어지는지는 종목마다 다르니, 이건 어디까지나 시장이 커지는 방향성을 확인하는 선에서 봐야 할 것 같다. 그리고 앞서 짚었던 벤더 집중 문제도 함께 기억해두고 싶다. 대기업의 밸류체인에 들어갔다는 뉴스가 나오면 곧바로 호재로만 읽기 쉬운데, 물량이 한 회사에 쏠려 있는 구조라면 그 회사의 발주 방침 하나에 실적이 크게 흔들릴 수 있다는 것도 같이 봐야 균형 잡힌 판단이 될 것 같다.

몇 달 전 유튜브에서 로봇이 창틀을 조립하는 걸 보면서는 그냥 신기한 기술 소개 영상이라고만 생각했다. 그 회사가 반년도 안 돼 국내 최대 가전사 두 곳의 파트너가 되어 있을 줄은 몰랐다. 기술이 진짜면 결국 누군가는 찾아온다는 걸 눈으로 확인한 기분이다. 앞으로는 화려한 대기업 발표 뒤에 가려진 실제 제조 파트너가 누구인지부터 먼저 찾아보는 습관을 들여야겠다.

직접 읽은 기사

한국경제(한경닷컴), "30평짜리 신축이 '1억5000만원'…삼성·LG '파격 승부수'", 2026.07.18

참고 자료

지식인사이드, "국내 최대 모듈러 주택 스마트팩토리 현장", 유튜브

THE VC, 공간제작소(SPACE FACTORY) 기업정보

서울경제, "하루에 2채 뚝딱...삼성, 1억 원대 '조립식 주택' 시장 진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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