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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자 기록에 가격표가 붙었다 — 중국 병원 데이터 장사, 한국은 왜 못 하나

by money-insight7 2026. 7.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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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 업무 시작 전에 조선일보와 한국경제 종이신문을 넘겨보고, 그 다음엔 인터넷 뉴스도 한 번씩 훑어보곤 한다. 그런데 요즘은 종이신문이든 인터넷이든 가리지 않고 여기저기서 중국 관련 소식이 쏟아진다. 반도체, 로봇, 우주, 에너지까지 기술·경제 전 분야에서 중국이 얼마나 빠르게 치고 올라오는지를 지면 한 켠에서 매일 확인하는 기분이었는데, 7월 19일 일요일 주말에 인터넷 뉴스를 훑어보다가 그 연장선에 있는 기사 하나를 또 만났다. 이번엔 그 대상이 의료였다. 병원이 환자 데이터를 '판다'는 표현 자체가 낯설어서 유독 눈이 갔다.

중국 병원의 환자 데이터 판매와 의료 AI 데이터 거래를 상징하는 이미지

1. 이 기사가 유독 눈에 밟힌 이유

한국경제 인터넷 기사(지면으로는 2026.07.18자 A10면에 실렸다)에 따르면, 중국 병원들이 환자 관련 데이터를 본격적으로 판매하기 시작했다. 베이징퉁런병원은 지난 4월 안과 관련 데이터를 독일과 중국 제약사에 넘겼고, 산둥제1의과대 제1부속병원은 간질환 임상 데이터를 3만위안, 우리 돈으로 약 650만원에 팔았다. 선전인민병원은 작년 10월 노인의료 데이터세트를 판매했고, 올 1월에는 푸젠성의 한 병원이 신경과·심장병·노인의학 관련 전문 데이터를 45만위안 넘는 가격에 거래했다.

숫자만 보면 크지 않다. 650만원, 그보다 조금 더 큰 금액. 하지만 이게 '한 건'이 아니라 '거래 방식'이라는 데 방점이 찍힌다. 병원이 진료 과정에서 쌓인 기록을 정식으로 상품화해서, 정식 거래소를 통해, 정식 계약으로 판다는 것. 이건 단순히 데이터가 새어나가는 유출 사고가 아니라 국가가 설계한 시장이다.

2. 병원-거래소-구매자, 중국이 짜놓은 3단 구조

기사를 다시 읽으면서 눈에 들어온 건 거래 절차였다. 병원은 진료 기록과 의료 영상 같은 원자료를 정리해서 '데이터 상품'으로 만든다. 이걸 지정된 데이터 거래소에 제출하면, 거래소가 법률 검토와 자산 등록을 거쳐 구매자에게 공개하는 방식이다. 병원과 기업이 직접 데이터를 주고받지 않도록 중간에 거래소를 끼워 넣어서 유출 위험을 통제하는 구조인 셈이다.

이건 우연히 생긴 시장이 아니다. 중국 정부는 2024년에 이미 의료 데이터의 경제적 활용을 위한 3개년 계획을 발표했다. 병원 내부에 잠들어 있던 의료정보를 AI 학습과 신약 연구, 의료기기 개발에 쓸 수 있도록 시장에 공급하겠다는 목적이 처음부터 명확했다. 산둥싼커쯔신테크놀로지가 간질환 진단 AI 모델을 개발하면서 공개 데이터만으로는 간암·간이식 같은 희귀 사례를 충분히 확보하지 못해 오진율을 낮추는 데 한계를 겪었고, 결국 병원의 전문 임상자료를 사서 메꿨다는 대목이 이 구조의 존재 이유를 정확히 보여준다. 데이터가 부족해서 AI 정확도가 안 오르는 병목을, 국가가 만든 시장이 뚫어주고 있는 것이다.

3. 왜 하필 지금인가 — 데이터를 대차대조표에 얹는 나라

여기서 좀 더 파봤다. 병원의 데이터 판매가 왜 하필 지금 이렇게 활발해졌을까 궁금해서다. 찾아보니 이건 의료 분야만의 흐름이 아니었다. 중국은 2023년 국무원 산하에 국가데이터국을 새로 만들고, 데이터 재산권 제도·유통거래 제도·수익분배 제도·데이터 거버넌스 제도라는 네 가지 축으로 데이터를 아예 하나의 생산요소로 취급하기 시작했다. 그 결과 2024년 한 해 전국 데이터 시장 거래 규모가 1600억 위안, 우리 돈으로 약 31조 8900억원을 넘어섰고 전년 대비 30% 이상 늘었다. 병원의 진료기록 판매는 이 큰 흐름 안의 한 조각일 뿐이다.

더 흥미로운 건 데이터를 회계상 '자산'으로 아예 인정해버리는 실험이다. 기업이 보유한 데이터를 대차대조표에 자산으로 얹을 수 있게 한 제도인데, 시행 첫해인 2024년 3월엔 20여 개 기업에 불과했지만 2025년 6월엔 283개, 올해 3월 기준으로는 400~500개까지 늘어난 것으로 추정된다. 이 흐름의 배경에는 부동산 경기 침체가 있다. 담보로 잡히던 부동산 가치가 반토막 나면서 기업과 지방정부의 재무구조가 나빠지자, 가치가 오르는 데이터를 새로운 담보이자 자금줄로 인정한 것이다. 병원이 환자 데이터를 파는 것도 결국 같은 논리선상에 있다고 본다. AI 학습용이라는 명분은 겉면이고, 그 안에는 잠자던 자산을 현금화하려는 국가 차원의 재무적 셈법이 깔려 있는 셈이다. 이 지점을 알고 나니 중국의 의료데이터 시장을 단순히 'AI 기술 굴기'로만 읽으면 절반만 보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4. 한국은 왜 이 장사를 못 할까 — 개인 주도형과 기관 주도형의 차이

이 기사를 보면서 자연스럽게 든 생각은 '그럼 한국은 지금 뭘 하고 있나'였다. 찾아보니 한국도 손 놓고 있던 건 아니다. 개인정보보호위원회는 2025년 3월 의료·통신 분야부터 개인정보 전송요구권, 흔히 말하는 마이데이터 제도를 우선 시행했고, 2026년 2월 10일에는 시행령 개정안을 의결해서 적용 범위를 에너지·교통·교육·고용·부동산·복지·유통·여가까지 10대 분야로 넓혔다. 개정 시행령은 올해 8월 20일부터 시행된다. 의료 데이터를 활용하겠다는 방향성 자체는 한국도 중국과 다르지 않다.

그런데 방향은 같아도 설계도가 완전히 다르다. 여기서 개인적으로 정리해본 구도가 있다. 중국은 '기관 주도형'이다. 병원이 데이터의 주체가 되어 상품을 만들고, 거래소가 그걸 유통시킨다. 반면 한국의 마이데이터는 철저히 '개인 주도형'이다. 정보의 주인인 개인이 전송을 요구해야 데이터가 움직인다. 여기에 더해서 한국은 가명처리·가명정보 결합제도, 그리고 병원마다 두는 데이터심의위원회(DRB)를 거쳐야 임상데이터를 연구용으로 쓸 수 있다. 삼성서울병원이나 서울성모병원 같은 곳에서 유전체 데이터 가명처리 방안을 놓고 학회와 변호사가 따로 모여 토론할 정도로, 건마다 심의하는 구조다.

둘 다 나름의 이유가 있는 설계다. 개인 주도형은 정보 주체의 통제권을 지키는 데 유리하고, 기관 주도형은 데이터가 실제로 시장에서 돌아가는 속도가 빠르다. 문제는 AI 모델 학습이라는 게 결국 '누가 더 많은 양질의 데이터를 더 빨리 모으느냐' 싸움이라는 데 있다. 개인이 한 명씩 동의를 눌러야 데이터가 흐르는 구조와, 병원이 통째로 데이터셋을 상품화해서 파는 구조는 확보 속도 자체가 다를 수밖에 없다.

그런데 여기서 하나 더 짚어야 할 게 있다. 한국이 데이터 자체가 없어서 이러는 게 아니라는 점이다. 건강보험공단은 전 국민의 진료 청구 데이터를 수백 테라바이트 단위로 갖고 있고, 전자의무기록 보급률도 90%를 넘는다. 오히려 데이터의 양과 표준화 수준만 놓고 보면 세계적으로도 손꼽히는 인프라를 이미 갖춘 나라다. 그런데도 이 데이터가 시장에서 잘 안 보이는 이유는 데이터가 없어서가 아니라, 누가 그 문을 열어주느냐가 다르게 설계돼 있기 때문이다. 건강보험공단이나 심사평가원의 표본 데이터를 쓰려면 연구 목적을 밝히고 심의를 거쳐 승인받아야 하는데, 이 과정이 병원별 데이터심의위원회(DRB) 심의와 겹치면서 이중 삼중으로 느려진다. 결국 한국의 문제는 데이터 빈곤이 아니라 접근권을 쥔 사람이 너무 많고, 그 문이 상업적 매매가 아니라 학술 승인 절차로만 열려 있다는 데 있다는 게 이번에 다시 정리한 생각이다. 이게 나쁘다고 단정할 일은 아니지만, 최소한 이 격차를 인지는 하고 있어야 한다고 본다.

5. 데이터가 마르면 AI 신약도 마른다 — 투자자가 봐야 할 지점

투자자 입장에서 이 뉴스를 흘려보내면 안 되는 이유는 따로 있다. 국내 의료AI 시장은 2023년 3억 7000만달러 규모에서 2030년 66억 7000만달러까지, 연평균 50%가 넘는 속도로 성장할 거라는 전망이 나올 만큼 그림 자체는 밝다. 루닛과 뷰노 같은 국내 1세대 의료AI 기업들은 이미 매출의 90% 이상을 해외에서 낼 정도로 검증도 끝났다. 다만 최근 흐름을 보면 이들의 발목을 잡는 건 데이터보다 오히려 각국의 보험수가, 즉 급여 등재 여부인 경우가 많다. 알고리즘은 이미 세계 수준인데 그걸 병원이 실제로 돈 내고 쓰게 만드는 제도적 관문이 더 큰 병목이라는 뜻이다.

그런데 다음 라운드는 이야기가 다를 거라고 본다. 지금의 진단 보조 AI를 넘어 여러 질환·여러 인종·여러 임상 상황을 아우르는 파운데이션 모델 경쟁으로 넘어가는 순간, 승부는 다시 데이터의 양과 다양성으로 돌아간다. 이때는 국내 공공기관이 쥐고 있는 방대한 청구·EMR 데이터를 얼마나 빠르게 산업 쪽으로 흘려보낼 수 있느냐가 관건이 될 텐데, 한국보건의료정보원의 의료 AI 데이터 활용 바우처 지원사업이나 의료데이터 중심병원 지원사업이 그 물꼬를 트는 시범사업이긴 하지만, 아직은 지원금 형태의 시범 단계다. 중국처럼 병원이 스스로 데이터를 상품화해서 파는 상업적 시장까지는 거리가 있다. 이 격차가 좁혀지는 속도를 지켜보는 게, K바이오·의료AI 관련 종목을 들고 있는 입장에서는 실적 발표보다 먼저 챙겨봐야 할 선행지표라는 생각이 든다. 예전에 정리했던 AI와 양자컴퓨팅이 신약 개발 기간을 줄인다는 이야기도, 결국 이 데이터 병목이 풀려야 완성되는 그림이다.

개인적으로는 이 기사를 읽으면서 마음이 편치는 않았다. 내 진료기록이 어느 나라에서는 6백만원, 4천만원짜리 상품으로 팔린다고 생각하면 섬뜩한 것도 사실이다. 그런데 동시에, 그 섬뜩함을 감수하면서까지 데이터를 시장에 풀어놓은 쪽이 AI 학습 속도에서 앞서가고 있다는 사실도 부정하기 어렵다. 프라이버시와 속도, 이 둘 사이에서 한국이 어느 지점을 택할지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그 답이 정해지는 과정을 이제부터는 조금 더 유심히 지켜봐야겠다고 생각하며 글을 마친다.

직접 읽은 기사

中 병원, 환자 데이터 본격 판매…AI 학습용 의료정보 거래 확산 (한국경제, 2026.07.18자 A10면)

참고 자료

마이데이터, 의료·통신 넘어 10대 분야로 확장하는 데이터 주권의 새 지도 (한국데이터경제신문)

한국보건의료정보원 — 의료 AI 데이터 활용 바우처 지원사업 공지

2024년 중국 데이터시장 거래 규모 약 31조 8900억 원 초과 전망 (헤럴드경제)

[정유신의 china story] 中, 세계최초 '데이터 자산화' 실험 (머니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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