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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 트렌드

2000억 달러 비만약 시장이 불러온 나비효과, '오젬픽 헤어'

by money-insight7 2026. 7.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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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중은 줄이고 머리숱도 줄인다? 비만약이 탈모약을 다시 팔아주는, 이른바 '부작용 순환소비' 구조가 만들어지고 있다는 생각이 든 아침이었다. 출근 준비를 하면서 조선일보를 펼쳤는데, B6면 상단에 실린 기사 하나가 눈에 딱 걸렸다. "살 뺐더니 머리숱이…" 비만약 특수 누리는 탈모 치료제라는 제목이었다(조선일보 2026.07.15자 B6면). 요즘 주변을 둘러보면 탈모약 먹는 사람이 부쩍 늘었다는 느낌을 자주 받는다. 입소문 난 탈모 병원은 예약이 밀리고, 가격이 비싸든 싸든 일단 다니고 보는 사람들도 있고, 약보다는 아예 이식이 낫다며 수술을 택하는 사람도 주변에 있다. 그런데 이번 기사를 읽으면서 든 생각은 조금 달랐다. 탈모 시장이 커지는 이유가 단순히 고령화 때문만은 아니라는 것이다. 위고비, 오젬픽 같은 비만치료제가 탈모 시장에 새로운 손님을 밀어넣고 있었다.

1. 살을 빼려다 머리카락부터 빠지는 사람들

기사에 실린 그래픽을 보면 숫자가 꽤 인상적이다. GLP-1 계열 비만치료제 시장은 2023년 400억 달러에서 2030년 2000억 달러로 커질 것으로 전망됐다. 5배 규모다. 같은 기간 북미 탈모 관리 시장도 2025년 10억 5000만 달러에서 2031년 15억 9000만 달러로 확대될 것으로 나왔다. 두 시장이 따로 노는 게 아니라 사실상 한 몸처럼 움직이고 있다는 게 기사의 핵심이었다. 살을 급하게 뺀 사람들 사이에서 모발이 가늘어지거나 빠지는 현상이 늘고 있고, 이걸 두고 미국에서는 아예 '오젬픽 헤어(Ozempic Hair)'라는 신조어까지 생겼다. 급격한 체중 감량 이후 나타나는 탈모와 모발 가늘어짐 현상을 가리키는 말로, GLP-1 계열 비만치료제 복용 과정에서 식욕 감소에 따른 영양 불균형과 단백질 섭취 부족이 발생하면서 탈모 증상을 겪는 사례가 늘고 있다는 설명이다.

GLP-1 비만치료제 시장과 북미 탈모관리 시장 성장 전망 그래프

2. 왜 살이 빠지면 머리도 같이 빠질까

단순하게 생각하면 이해가 된다. 위고비나 오젬픽 같은 약은 식욕 자체를 강하게 억제한다. 먹는 양이 줄면 당연히 단백질이나 철분 같은 모발 성장에 필요한 영양소 섭취도 같이 줄어든다. 한국무역협회 보고서에 따르면 GLP-1 계열 비만치료제 복용 과정에서 식욕 감소에 따른 영양 불균형과 단백질 섭취 부족이 발생하는 게 원인으로 지목된다. 몸이 급격한 영양 변화를 겪으면 모낭이 성장기에서 휴지기로 한꺼번에 넘어가는 현상이 생기는데, 이게 몇 달 뒤 한꺼번에 머리카락이 빠지는 형태로 나타난다고 한다. 재밌는 건 이게 비만약이 직접 탈모를 유발한다기보다, 급격한 체중 감소라는 '충격'이 원인이라는 점이다. 그래서 업계에서도 이걸 치료제가 아니라 '두피 환경 관리'의 관점으로 접근하고 있다. 실제로 국내에서도 카이스트 연구진의 기술을 받아 PDRN 성분 샴푸를 낸 회사가 있는데, 지난 6월 출시 이후 3일 만에 매진됐고 홈쇼핑 첫 방송에서도 매출이 잘 나왔다는 이야기가 있었다. 오젬픽 열풍이 한국보다 늦게 시작된 만큼, 국내 대응은 아직 걸음마 단계라는 평가도 함께 나온다.

3. 한국은 아직 이 흐름의 초입에 있다

여기서 한 가지 더 짚고 싶은 게 있다. 오젬픽 헤어라는 현상 자체는 미국에서 먼저 나온 이야기이고, 한국은 시차를 두고 따라가는 구조라는 점이다. 위고비는 2024년 10월에야 국내에 들어왔다. 출시 첫 해 누적 매출이 4106억원을 넘었고, 작년 국내 비만치료제 시장 규모는 5700억원 수준으로 전년 대비 137% 커지면서 세계 5위에 올랐다고 한다. 성장률만 보면 상위 10개국 중 가장 가팔랐던 셈이다. 그런데 재밌는 건 위고비가 시장을 열었는데도 정작 후발주자인 마운자로한테 처방 비중에서 역전당했다는 점이다. 최근 자료를 보면 국내 마운자로와 위고비의 처방 비중이 9대 1까지 벌어졌다고 한다. 여기에 먹는 형태의 경구용 GLP-1까지 대기 중이다. 미국에서는 이미 위고비 알약이 출시 5개월 만에 누적 처방 300만 건을 넘겼고, 국내에서도 노보노디스크가 한국을 우선 출시국 중 하나로 검토하고 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이 흐름을 종합하면, 한국의 GLP-1 비만치료제 시장은 미국보다 1~2년 정도 늦게 본궤도에 오르고 있는 셈이다. 다시 말해 미국에서 이미 확인된 '오젬픽 헤어' 현상이 한국에서 본격적으로 소비 트렌드로 자리 잡는 시점도, 아직 오지 않았을 가능성이 크다는 뜻이다. 개인적으로는 이 시차가 투자 관점에서 더 흥미로운 지점이라고 본다. 이미 다 알려진 재료보다, 아직 안 왔지만 올 게 확실한 재료 쪽에 좀 더 관심이 간다. 게다가 한국은 다이어트든 탈모든 유난히 외모·미용 관여도가 높은 시장이다. 다이어트 시장도, 탈모 시장도 각각 따로 봐도 이미 민감도가 높은 나라인데, 이 둘이 하나의 트렌드로 묶여서 들어오면 미국보다 오히려 더 빠르고 폭발적으로 두피 케어·뷰티 소비재 쪽으로 번질 수 있다는 생각도 든다.

4. 국내 탈모 치료 시장은 이미 커지고 있었다

사실 오젬픽 헤어를 몰라도, 국내 탈모 치료 시장 자체가 이미 빠르게 팽창하고 있었다는 걸 이번에 자료를 찾아보다가 알게 됐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자료를 보면 의사 처방이 필요한 탈모치료제 공급액이 2022년 2164억원에서 2025년 2568억원으로 늘었고, 같은 기간 공급량은 2억 9573만 개에서 4억 4632만 개로 대폭 증가했다. 2026년 들어서도 4월까지만 벌써 864억원어치가 공급됐다고 하니, 속도가 줄어드는 분위기는 아니다. 이 흐름이 정치권까지 넘어가서 건강보험 급여화 논의로 이어졌다는 것도 눈에 띄는 대목이다. 탈모 치료제 급여화는 대통령의 공약 중 하나였고, 지난해 업무보고 자리에서 "요즘은 탈모를 생존의 문제로 받아들이는 것 같다"며 건강보험 적용 확대 검토를 지시했다는 내용도 있었다. 다만 재정 문제가 만만치 않다. 본인부담률을 30%로 잡으면 건강보험이 연간 약 1797억원을 부담해야 하고, 50%로 높여도 1284억원 안팎이 필요하다는 추산이 나왔다. 이 정도 규모라면 급여화가 확정되기 전까지도 시장 자체는 계속 커질 수밖에 없어 보인다.

5. 부작용이 다시 매출이 되는 구조

이 기사를 보면서 개인적으로 든 생각은, 이게 단순히 두 개의 시장이 우연히 겹친 게 아니라는 점이다. 비만치료제 회사는 살을 빼주는 약을 팔고, 그 약의 부작용으로 생긴 탈모는 다시 다른 제품이 치료해준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한 번의 결정(살을 빼겠다)이 두 번의 지출(비만약+탈모관리)로 이어지는 셈이다. 나는 이걸 '부작용 순환소비'라고 이름 붙여봤다. 약을 먹어서 생긴 문제를 해결하려고 또 다른 제품을 사는 구조는 사실 비만-탈모뿐만 아니라 다른 영역에서도 종종 보인다. 다만 이번 경우가 특이한 건 그 규모가 작지 않다는 점이다. 비만치료제 시장이 5배 커지는 동안 탈모 관리 시장도 같이 커진다면, 이건 파생 수요라기보다는 이미 하나의 산업 사이클로 봐야 하지 않을까 싶다. 게다가 국내는 고령화로 인한 탈모 수요, 청년층의 미용 목적 수요, 여기에 오젬픽 헤어라는 새로운 소비층까지 겹치는 구조라 시장이 한동안 꺾이기는 어려워 보인다.

6. 국내에서는 어떤 회사들이 이 흐름과 맞닿아 있을까

탈모 치료제 쪽 회사들을 두 갈래로 나눠서 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나는 기존 탈모 치료제 시장에서 이미 자리를 잡은 회사들이고, 다른 하나는 오젬픽 헤어처럼 새로운 소비층을 겨냥해 제품을 새로 내놓는 쪽이다. 이 둘은 시장을 키우는 힘이 서로 다르기 때문에, 같은 '탈모 관련주'라도 주가가 반응하는 뉴스가 조금씩 다르다.

구분 처방약 중심 전통 강자 오젬픽 헤어 겨냥 신흥 소비재
주요 형태 전문의약품, 주사제, 도포제 샴푸·세럼 등 두피 케어 화장품
대표 사례 위더스제약, 현대약품, 동성제약, JW중외제약, 한미약품 PDRN 성분 샴푸 등 비상장·코스메틱 사업부 중심
반응하는 뉴스 건강보험 급여화 논의, 국내 탈모 환자 수 증가 미국발 오젬픽 헤어 트렌드, GLP-1 처방 확대 뉴스
투자 접근 시 유의점 대부분 임상 단계이거나 매출 비중이 작음 종목으로 직접 접근하기 애매, 시차 지켜볼 필요

6-1. 처방약 중심의 전통 강자들

위더스제약은 대웅제약, 인벤티지랩과 함께 피나스테리드 성분 기반의 장지속형 주사제 IVL3001을 개발 중이다. 매일 먹어야 하는 경구약을 한 달 혹은 세 달에 한 번 주사로 대체하는 방식이며, 안성공장에 270억원을 투입해 전용 생산시설도 갖췄고 현재 국내 임상 3상이 진행되고 있다. 이 제품이 상용화되면 '매일 복용'이라는 번거로움 자체가 사라지는 셈이라, 건강보험 급여화 논의와 별개로 시장 구조 자체를 바꿀 수 있는 변수로 꼽힌다. 현대약품은 마이녹셀이라는 도포형 치료제 라인을 갖고 있고, 임상시험을 통해 두피·모발 개선 효과를 입증했다는 자료를 낸 적이 있다. 동성제약도 미녹실 계열 제품을 판매하고 있고, JW중외제약은 재생의학 기반 탈모치료제를, 한미약품은 피나테드·두테드 같은 제품군을 보유하고 있다. 이 회사들은 대부분 건강보험 급여화 논의나 국내 탈모 환자 수 증가 같은, 국내 정책·수요 뉴스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는 편이다.

6-2. 오젬픽 헤어를 직접 겨냥한 신흥 소비재

반면 오젬픽 헤어라는 신조어에 딱 맞춰서 움직이는 쪽은 처방약보다는 화장품·뷰티 카테고리에 가깝다. 앞서 언급한 PDRN 성분 샴푸 회사처럼, 이쪽은 비상장 스타트업이거나 상장사라도 코스메틱 사업부 안에 묻혀 있는 경우가 많아서 종목으로 직접 접근하기가 애매하다. 다만 이 흐름이 커지면 결국 두피 케어 제품을 유통·판매하는 홈쇼핑, 헬스뷰티 스토어, 화장품 ODM 업체까지 파급될 가능성이 있다. 아직은 국내에서 오젬픽 헤어라는 개념 자체가 낯설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쪽은 지금 당장 종목으로 접근하기보다는 앞서 말한 시차 — 한국의 GLP-1 시장이 미국을 따라가는 흐름 — 를 지켜보면서 타이밍을 재는 게 더 맞는 접근이라고 본다. 결국 두 갈래 모두 뉴스 하나에 크게 움직이는 테마주 성격이 강하다는 공통점이 있고, 그만큼 변동성도 크다는 점은 감안해야 한다. 특히 앞서 언급한 회사들 상당수는 아직 임상 단계이거나, 탈모·두피 관련 제품이 본업(처방약, 화장품 등)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지 않은 경우가 많다. 뉴스가 나올 때 주가가 먼저 움직이고, 실제 실적으로 확인되기까지는 시간이 걸린다는 점을 염두에 두는 게 맞다고 본다.

7. 탈모는 정말 끝이 없는 시장 같다

이 기사를 보면서 든 생각은, 탈모라는 주제가 이렇게까지 무궁무진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나이가 들어서 빠지는 사람, 스트레스로 빠지는 사람, 이제는 살을 빼서 빠지는 사람까지 생겼으니 말이다. 시장이 이렇게 여러 방향에서 동시에 커지는 걸 보면, 당분간 이 산업이 조용해지기는 어려울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결국 몸에 손대는 시장은 어떤 형태로든 계속 돈이 몰린다는 걸, 이번 기사로 다시 한 번 확인한 셈이다.

#탈모치료제 #오젬픽헤어 #위고비 #GLP1 #탈모관련주 #건강보험급여화 #두피케어

직접 읽은 기사

조선일보, "살 뺐더니 머리숱이…" 비만약 특수 누리는 탈모 치료제, 2026.07.15자 B6면

참고 자료

헤럴드경제, 탈모약 건보 되면 약값은 줄지만…연 1800억원 재정 부담

한국일보, 탈모약 건보 적용하면 연 1800억 든다는데…선별 급여가 대안 될까

코스모닝, "살 빠지니 머리도 빠졌네" '오젬픽 헤어' 확산

코스인코리아닷컴, 'GLP-1' 시대의 새로운 뷰티 지형도…'오젬픽 헤어'가 키운 고기능성 메디컬 뷰티

머니투데이, 한국 비만약 시장 '5800억' 전년 대비 2배 ↑…세계 5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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