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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조 적자 시스템LSI의 반격, 삼성 가이아가 노리는 AI PC 시장

by money-insight7 2026. 7.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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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시스템LSI 사업부가 개발 중인 AI PC용 반도체 가이아, 4나노 공정 온디바이스 AI 이미지

7월 10일 아침, 한국경제 A5면을 펴자마자 눈에 들어온 제목이 있었다. "AI PC용 두뇌 만든다…삼성, 400조 시장 정조준." 삼성전자가 AI PC용 가속기 '가이아'를 개발해 레노버와 HP에 시제품을 넘기고 있고, 이르면 내년 양산에 들어간다는 내용이었다. 처음 든 생각은 단순했다. 적자에 시달리던 시스템LSI사업부가 왜 하필 지금, PC라는 오래된 시장에 다시 뛰어드는 걸까 하는 것이었다.

기사를 끝까지 읽고 나니 이건 단순한 신사업 발표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AI 시대가 되면서 온디바이스의 중요성이 계속 커지고 있다는 걸 체감하고 있는 입장에서 보면, 이건 온디바이스폰에 이어 온디바이스PC로 전선이 넓어지는 신호로 읽힌다. 전력을 그렇게 많이 먹는 AI 연산을, 저전력으로 그것도 빠르게 처리해야 하는 숙제는 앞으로 점점 더 커질 수밖에 없다. 모든 게 빠르게 돌아가야 하는 시대고, 한국인들은 유독 그 속도에 예민하다. 엘리베이터에서 잠깐의 버퍼링에도 짜증이 올라오는 게 나만은 아닐 것이다. 이 성미 급한 시장이 어쩌면 온디바이스 AI 기술이 가장 먼저 검증되는 실험장이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1. 7조 적자 사업부가 던진 승부수

시스템LSI사업부는 삼성전자 안에서 오랫동안 '아픈 손가락'으로 불려온 곳이다. 지난해 적자 규모만 7조 원에 달했던 것으로 추정된다. 메모리사업부가 HBM을 앞세워 반도체 초호황의 수혜를 독차지하는 동안, 시스템LSI는 스마트폰용 엑시노스 AP 사업으로 겨우 체면을 유지하는 수준이었다. 그런 사업부가 이번에 내놓은 카드가 AI PC용 가속기 '가이아'다.

가이아는 4나노 공정으로 제작되고, 연산 기능을 메모리에 가깝게 배치한 구조로 설계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여기에 차세대 D램인 프로세싱-인-메모리(PIM, 메모리 안에 연산 기능을 함께 넣어 데이터가 오가는 거리 자체를 줄이는 기술)와의 연동까지 추진 중이라는 점이 눈에 띈다. 데이터를 저장 공간과 연산 공간 사이로 계속 이동시키는 대신, 저장된 자리에서 바로 연산을 처리해버리겠다는 접근이다. AI 연산량이 늘어날수록 데이터 이동 자체가 지연과 전력 소모의 원인이 되기 때문에, 이 PIM 연동 여부가 가이아의 실제 경쟁력을 가르는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사실 삼성전자가 PC용 칩에 도전한 게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12년에도 엑시노스 AP를 삼성 크롬북에 탑재한 적이 있다. 하지만 당시 PC 시장의 절대 강자였던 인텔의 벽을 넘지 못하고 2년 만에 사업을 접었다. 12년이 지난 지금, 삼성이 같은 시장에 다시 도전장을 내민 이유는 그때와 판이 완전히 달라졌기 때문이다.

2. 왜 하필 지금, 왜 PC인가 — 연산의 무게중심이 옮겨가고 있다

최근 원전·SMR 관련 뉴스를 계속 다뤄오면서 느낀 게 있다. AI 데이터센터 하나가 잡아먹는 전력량이 상상을 초월하는 수준이라 정부가 원전을 다 동원하겠다고 나설 정도다. 그런데 이 기사를 읽으면서 정반대 방향의 흐름도 동시에 진행되고 있다는 걸 알게 됐다. 클라우드 서버에 몰려 있던 AI 연산의 일부를 개인 기기 쪽으로 되돌리려는 움직임이다. 데이터센터의 전력 부담을 원전으로 떠받치는 동시에, 다른 한쪽에서는 아예 연산 자체를 기기 안으로 가져와 전력 소모 구조를 바꿔버리려는 것이다. 하나의 문제를 공급 확대와 수요 분산이라는 두 방향에서 동시에 풀어가고 있는 셈이다.

기사에서 짚은 대목도 같은 맥락이다. 미래의 AI PC는 단순히 연산이 빠른 컴퓨터가 아니라, 사용자를 대신해 생각하고 행동하는 AI 에이전트를 구현하는 플랫폼이 된다는 것이다. 이 에이전트가 매번 클라우드를 오가며 응답을 기다려야 한다면, 그 지연은 사용자 경험을 무너뜨린다. 결국 AI 에이전트 시대가 본격화될수록, 연산은 기기 가까이로 내려올 수밖에 없다. AI PC 시장이 지난해 137조 원에서 2031년 393조 원까지 커질 것으로 전망되는 배경에는 이런 구조적 전환이 깔려 있다고 본다.

2-1. 속도에 예민한 시장이 만드는 역설적 경쟁력

여기서 좀 더 개인적인 시선을 더해보자면, 한국이라는 시장 자체가 이 기술의 무자비한 검증장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아주 잠깐의 로딩도 못 견디는 정서가 있는 나라다. 이 조급함이 역설적으로 저전력·초저지연 AI 칩의 완성도를 가장 빨리 끌어올리는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 실제로 갤럭시 S26에 탑재되는 2나노 공정 기반 엑시노스 2600의 경우, 삼성전자 내부 테스트에서 신경망처리장치(NPU) 성능이 아이폰17용 애플 A19 프로 칩셋보다 6배 이상 높게 측정된 것으로 전해졌다. 전작 대비로는 NPU 성능이 113% 향상됐다는 수치도 나왔다. 모바일에서 이 정도 격차를 벌려놓은 저전력 NPU 설계 역량이라면, PC라는 새로운 무대에서도 최소한의 기술적 밑천은 마련돼 있다고 볼 수 있다.

3. 모바일의 노하우를 PC로 — 마하 IP까지 끌어온다

가이아가 그래픽처리장치(GPU) 기반 가속기와 다른 점은 신경망처리장치(NPU, 그림·음성·언어 같은 AI 연산 한 가지에만 특화해 적은 전력으로도 빠르게 처리하도록 설계된 반도체) 중심 구조라는 것이다. GPU가 대규모 병렬 연산으로 학습에 강하다면, NPU는 전력 효율과 실시간 처리에 강점을 둔다. 즉 가이아는 삼성이 그동안 엑시노스 등 모바일 AP에서 쌓아온 NPU 설계 경험을 PC로 확장한 결과물에 가깝다. 여기에 네이버와 공동 개발했던 서버용 AI 가속기 '마하'의 설계 자산까지 활용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다만 이 대목은 조금 더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삼성과 네이버의 마하 협업은 2024년 하반기에 사실상 종료됐다. 마하1의 판매 범위를 두고 네이버는 자사 서비스 중심의 공급을 원했고, 삼성은 다른 고객사에도 팔 수 있는 범용성을 원하면서 이해관계가 갈렸다는 게 당시 업계의 설명이었다. 협업 자체는 끝났지만, 그 과정에서 쌓인 설계 자산과 노하우는 삼성 내부에 고스란히 남아 있다. 결국 가이아에 마하 IP를 재활용한다는 건 협업의 연장이 아니라, 결별 이후에도 건질 건 건져서 쓰겠다는 실리적인 판단에 가깝다. 실패한 협업에서도 자산은 남는다는 걸 보여주는 사례라, 개인적으로는 이 부분이 오히려 더 흥미로웠다.

이 지점이 2012년 크롬북 실패와 결정적으로 다른 부분이다. 그때는 인텔이 지배하던 범용 PC 칩 시장에 후발주자로 뛰어든 것이었지만, 지금은 절대 강자가 아직 없는 AI 가속기라는 새로운 카테고리에 뛰어드는 것이다. 같은 PC 시장이라도 경쟁의 룰 자체가 다르다.

3-1. PC를 넘어 로봇까지 — 가이아는 사실 '하나의 아키텍처'다

기사에서 살짝 지나가듯 언급된 부분이 있는데, 삼성전자가 이번 사업 영역을 AI PC뿐 아니라 로봇 등 피지컬 AI 제품용 반도체 설계로까지 넓히고 있다는 대목이다. 이걸 별개의 두 사업으로 보기보다는, 가이아가 채택한 'NPU + PIM' 구조 자체가 PC와 로봇에 공통으로 쓸 수 있는 범용 아키텍처라고 보는 게 더 맞는 해석 같다. 로봇도 결국 전력 제약이 있는 몸체 안에서 실시간으로 판단해야 하는 기기다. PC용으로 검증한 저전력·저지연 연산 구조를 그대로 로봇 쪽에 이식할 수 있다면, 가이아는 단발성 신제품이 아니라 삼성의 온디바이스 AI 전략 전체를 떠받치는 공용 설계 자산이 되는 셈이다.

4. 후발주자 삼성이 내밀 수 있는 카드, 그리고 그 카드의 역설

레노버와 HP 입장에서 굳이 후발주자인 삼성의 칩을 검토해 볼 이유가 있을까 싶었는데, 생각해보면 삼성만이 가진 카드가 하나 있다. 메모리와 파운드리(위탁생산), 칩 설계를 한 회사 안에 다 갖춘 종합반도체기업(IDM)이라는 점이다. 엔비디아와 퀄컴은 설계만 하고 생산은 TSMC 등 외부 파운드리에 맡기는 구조다. 반면 삼성은 가이아 설계 단계에서부터 자사 D램(PIM), 자사 파운드리 공정을 맞춰 최적화할 수 있다. 이론적으로는 메모리와 연산을 붙여 쓰는 만큼, 부품을 따로 조달해 조합하는 경쟁사보다 원가나 성능 튜닝에서 유리한 지점이 생길 수 있다는 얘기다. PC 제조사 입장에서는 이 조합이 얼마나 실제 가격 경쟁력으로 이어지는지가 채택 여부를 가르는 핵심이 될 것이다.

다만 기사 후반부에서 짚은 우려도 가볍게 볼 대목은 아니다. 가이아가 맞서야 할 엔비디아와 퀄컴은 동시에 삼성전자의 핵심 고객사이기도 하다. 파운드리와 메모리를 팔아야 할 상대와 완제품 시장에서 경쟁해야 하는 구조인 셈이다. 업계 관계자가 애플이 보안 문제 등을 이유로 수년째 삼성 파운드리에 물량을 주지 않고 있다고 언급한 부분도 같은 맥락으로 읽힌다.

여기서 조금 더 직설적으로 짚어보고 싶은 게 있다. 가이아가 시장에서 눈에 띄는 성과를 내기 시작하면, 그건 곧 퀄컴 입장에서 삼성이 더 이상 단순한 파운드리·메모리 공급사가 아니라 자기 제품과 정면으로 겨루는 경쟁사가 됐다는 뜻이 된다. 애플이 보안을 이유로 삼성 파운드리를 수년째 외면해온 전례를 감안하면, 퀄컴이나 엔비디아도 굳이 경쟁사에 자기 물량을 맡길 유인이 줄어들 수 있다. 가이아가 잘 될수록 삼성 파운드리의 잠재 고객이 줄어드는 역설이 생길 수 있다는 뜻이다. 새로운 성장동력을 만드는 과정에서 기존 고객사와의 이해관계를 어떻게 관리하느냐가, 기술력 못지않게 중요한 변수가 될 것이다.

엔비디아는 이미 5월에 차세대 AI PC용 칩 'RTX 스파크'를 공개했고, 퀄컴도 스냅드래곤 X 엘리트에 이어 보급형 라인까지 확장하고 있다. 화웨이 역시 이 시장에 뛰어든 상태다. 후발주자인 삼성이 상용화 고객사를 얼마나 확보하느냐가 이 사업의 성패를 가를 것이라는 업계 전망에 공감이 간다. 시제품을 레노버와 HP에 넘긴 것 자체는 첫 관문을 통과한 것이지만, 실제 양산과 채택까지는 아직 거리가 남아 있다.

5. 계좌에 삼성전자를 담고 있는 입장에서

개인적으로는 지난 폭락장에서 삼성전자를 다시 담았다. 그때는 HBM과 메모리 초호황이 주된 이유였는데, 이번 가이아 소식을 보면서 시스템LSI라는 또 다른 축이 살아날 수 있다는 가능성을 하나 더 얹어두게 됐다. 물론 아직은 시제품 검증 단계고, 7조 적자를 단번에 메울 만한 사업인지는 내년 양산 실적이 나와봐야 알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앞으로 이 이슈를 따라갈 때는 몇 가지 지표를 체크리스트로 남겨두려 한다. 첫째는 내년 양산 시점이 실제로 지켜지는지, 둘째는 레노버·HP 외에 추가 고객사가 붙는지, 셋째는 PIM 연동이 실제 제품에 구현되는지 여부다. 여기에 시스템LSI사업부의 분기별 적자 폭이 줄어드는 추세인지도 함께 봐야 한다. 엑시노스 2600 출하가 본격화되는 시점과 가이아 양산 시점이 맞물리면, 시스템LSI사업부 전체의 턴어라운드 서사가 훨씬 탄탄해질 것이다.

한 가지 걸리는 부분도 짚어두고 싶다. 가이아의 초기 고객사인 레노버는 중국 기업이다. 최근 미국의 대중 반도체 수출통제 흐름을 계속 지켜봐 온 입장에서 보면, 이 지점이 마냥 편하지만은 않다. 만약 미중 반도체 규제가 AI PC용 칩까지 확대되는 국면이 온다면, 삼성전자 입장에서 초기 검증 고객사 하나를 잃는 정도가 아니라 사업 자체의 방향을 다시 잡아야 할 수도 있다. 지금 당장 벌어질 일은 아니지만, 이 사업이 특정 국가의 특정 고객사에 초기 물량을 의존하고 있다는 점은 리스크 목록에 한 줄 적어둬야 할 것 같다.

다만 온디바이스라는 큰 흐름 자체는 거스르기 어려운 방향이라는 확신은 든다. 전력을 다 끌어다 써야 하는 데이터센터와, 전력을 아껴가며 기기 안에서 연산을 끝내려는 온디바이스 칩. 이 두 흐름이 앞으로 몇 년간 한국 반도체 산업의 두 축을 이룰 것 같다는 생각을 하며 기사를 덮었다.

#삼성전자 #가이아 #AI PC #온디바이스AI #시스템LSI #NPU #반도체

직접 읽은 기사

한국경제 2026.07.10자 지면 A5면, "[단독] AI PC용 두뇌 만든다…삼성, 400조 시장 정조준"

참고 자료

전자신문, "삼성전자, AI PC용 가속기 개발…AI칩 개발 경쟁 가세" (2026.07.09)

조선일보, "삼성전자, PC용 AI 칩 '가이아' 개발 중" (2026.07.09)

한국경제, "갤럭시S26 엑시노스2600 탑재 확정…애플 성능의 6배" (2025.10.20)

서울경제, "'마하1' 네이버와 협업 중단…삼성, 자체개발로 선회" (2024.0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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