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2026년 7월 27일) 한국경제 A11면 “데이터는 말한다” 코너를 펼치다가 손이 멈췄다. 제목이 “부산·대전도 쌓이는 미분양…지방 건설사 자금 회수 비상”이었다. 부산, 대구, 광주, 대전 — 지방 광역시 이름이 줄줄이 나오는 기사였다. 처음엔 그냥 또 부동산 침체 얘기겠거니 하고 넘기려 했는데, 옆에 붙은 표를 보고 다시 앉았다. 미분양 통계 옆에 은행 대출연체율, 중소기업 연체율 표까지 나란히 실려 있었다. 표 세 개가 같은 결론을 가리키고 있으면 그건 우연이 아니라는 뜻이라, 신문에 나온 숫자 뒤편이 궁금해졌다.

1. 지방 초기분양률, 1년 만에 반토막이 났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 집계로 올해 1분기 지방(광역시 제외) 평균 초기분양률은 49.6%다. 작년 4분기 60.4%에서 10.8%포인트 떨어진 수치이고, 이 지표가 50% 아래로 내려간 건 이번이 처음이라고 한다. 분양 후 6개월 안에 계약이 얼마나 됐는지를 보는 지표인데, 신규 분양 물량의 절반이 아직 주인을 못 찾았다는 뜻이다.
지역별 편차도 크다. 부산(71.0%)과 전북(63.0%)은 그나마 평균 위에 있었지만, 충남(47.2%)과 경북(41.9%)은 평균을 밑돌았고, 경남은 20.4%로 전국 최저였다. 신규 분양 주택 10가구 중 8가구가 계약자를 못 찾았다는 얘기다. 부산 사상구는 아예 HUG 미분양 관리지역으로 새로 지정됐는데, 지난 4월 공급된 한 단지의 초기분양률이 30% 안팎에 그치면서 일반분양 1,061가구 중 약 700가구가 미계약으로 남았다. 그 여파로 사상구 미분양 물량은 3월 1,121가구에서 4월 1,912가구로 한 달 만에 70.5% 급증했고, 5월에도 1,764가구로 부산 전체에서 가장 많았다.
2. 대전·대구·광주 — 연체율이 통계 작성 이래 최고치를 새로 쓰고 있다
더 눈에 띈 건 연체율 표였다. 한국은행 자료로 4월 광주의 은행 대출연체율은 0.86%, 대전은 0.70%였는데, 둘 다 관련 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2019년 12월 이후 최고치라고 한다. 전국 평균도 0.61%까지 올라 작년 5월 기록한 역대 최고치(0.64%)를 넘볼 정도다.
중소기업 대출연체율은 더 심하다. 4월 기준 대구 1.19%, 제주 1.17%, 광주 1.13%, 부산 1.04%로 나란히 1%를 넘었고, 대전(0.95%)·전북(0.85%)·경남(0.82%)도 0.8%를 웃돌았다. 지방 거점은행인 iM뱅크의 경우 1분기 말 중소기업 연체율 평균이 1.37%까지 뛰었다는 대목도 있었다. 여기에 대출금리 산정 기준이 되는 1년 만기 은행채 금리가 4월 말 3.178%에서 이달 24일 3.739%까지 올랐다는 내용까지 더해지니, 지방 중소기업이 감당해야 할 이자 부담이 앞으로 더 무거워질 거라는 그림이 그려진다.
3. 신문 밖에서 확인해본 진짜 위험의 크기
기사에는 ‘부산 사상구가 미분양 관리지역으로 지정됐다’는 문장이 경고처럼 나온다. 그런데 이 문장을 곱씹다 보니 반대로 궁금해졌다. 지정 안 된 나머지 지역은 정말 괜찮은 걸까. 이 물음 하나로 세 갈래를 더 파봤고, 결과는 신문 한 면보다 훨씬 무거웠다.
3-1. 관리지역 지정, 사각지대가 90%다
HUG의 미분양 관리지역 지정 기준부터 확인했다. 미분양 가구 수가 1,000가구 이상이면서 공동주택 재고 대비 미분양 비율이 2% 이상인 시·군·구 중에서, 미분양 증가·해소 저조·우려 요건 중 하나를 충족해야 지정된다. 경인방송 보도에 따르면 지난 6월 기준 관리지역으로 지정된 곳은 인천 중구, 경기 이천, 부산 사상구, 대전 중구 등 전국 4곳뿐이었고, 이 4곳의 미분양 물량을 다 더해도 6,413호로 전국 미분양 물량(6만5,179호)의 9.8%에 그쳤다. 7월 지정 자료에서도 경기 양주가 하나 더 추가됐을 뿐 여전히 전국 4곳 수준이다. 전국 미분양 주택 10채 중 9채는 정부의 공식 관리 체계 바깥에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부산 사상구가 지정됐다는 문장이 경고처럼 읽혔던 건, 사실 ‘지정 안 된 90%는 통계상 조용히 넘어가고 있다’는 뜻이었던 셈이다.
3-2. 연체율 뒤에서는 이미 건설사들이 무너지고 있다
연체율은 어디까지나 아직 ‘버티고 있는’ 기업들의 숫자다. 이미 버티지 못하고 문을 닫은 쪽은 얼마나 되는지가 다음 궁금증이었다. 국토교통부 건설산업지식정보시스템(KISCON) 집계로 올해 폐업 신고를 한 종합·전문 건설사는 2,355곳(종합 441곳, 전문 1,914곳)으로 작년 같은 기간(1,928곳)보다 22% 늘었고, 이는 금융위기 여파가 컸던 2014년 이후 가장 많은 수치다. 전문건설업체만 따로 보면 올 상반기 폐업이 1,714개사로 작년 동기(1,420건) 대비 21% 늘었는데, 이 역시 2014년 이후 최대치라고 한다. 한국경제 기사 속 연체율 표가 지금 살아있는 기업들의 체온계라면, 폐업 통계는 이미 체온을 잴 필요가 없어진 기업들의 숫자다. 하도급 구조 맨 아래에서부터 순서대로 무너지는 과정이 이미 진행 중이라는 뜻으로 읽혔다.
3-3. 부실이 아직도 지방에 몰려있다
마지막으로 이 위기의 몸통인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이 정리는 되고 있는지를 짚어봤다. 한국신용평가의 부동산PF 현황점검 자료를 보면 금융권 전체 PF 익스포저는 2023년 말 231조원에서 2025년 9월 말 178조원으로 줄었다. 얼핏 정리가 잘 되는 것 같은데 지역별로 쪼개면 얘기가 달라진다. 서울이 7,000억원(6%), 인천·경기가 4조5,000억원(41%)인 데 비해 지방은 5조9,000억원으로 전체의 53%를 차지했다. 서울 몫의 8배가 넘는 부실이 지방에 몰려 있다. 정리하기 쉬운 브릿지론 위주로 먼저 손을 댄 결과 전체 숫자만 줄어든 것처럼 보이고, 정리하기 어려운 지방 사업장은 그대로 남은 것이다. 한국경제 기사 속 지방 연체율이 하나같이 ‘역대 최고’로 나오는 이유가, 이 자료를 보고 나서야 좀 더 납득됐다.
4. 결국 이건 부동산 뉴스가 아니라 인구 뉴스다
4-1. 사람이 줄어드는 곳에 집을 계속 짓고 있다
한국경제 기사에는 지방 인구가 2022년 말 이후 3년여 만에 47만 명 넘게 줄었고, 총인구에서 지방이 차지하는 비중도 49.48%에서 48.89%로 낮아졌다는 내용이 함께 실려 있었다. 한국고용정보원 자료를 보면 2026년 6월 기준 전국 229개 기초자치단체 가운데 141곳(61.5%)이 이미 소멸위험지역으로 분류돼 있었다. 부산일보 보도에 나온 사례가 인상적이었는데, 부산조차 지수 값 자체는 나빠졌는데도 분류 기준이 개편되면서 ‘위험’에서 ‘관리’ 단계로 조정됐다고 한다. 위험도가 낮아진 게 아니라 위험을 재는 잣대가 느슨해진 쪽에 가깝다.
이 숫자를 미분양 통계와 같이 놓고 보면, 지금 벌어지는 일이 단순한 공급 과잉이 아니라는 게 보인다. 살 사람 자체가 줄어드는 지역에 계속 집을 짓고 있으니 미분양이 쌓이는 건 결과에 가깝다. 이건 30대 인구가 2040년까지 60% 급감한다는 이전 글에서 짚었던 흐름과 결이 같다. 그때는 서울 집값을 인구 구조로 봤다면, 이번엔 그 인구 구조가 지방 부동산에서 먼저, 더 날카롭게 드러난 셈이다.
4-2. 지방 경제의 신용이 통째로 낮아지고 있다
연체율 상승도 마찬가지다. 건설업에서 시작된 자금난이 지방 중소기업 전반으로 번지고 있다는 건, 그만큼 지방에서 벌어들이는 소득 자체가 줄고 있다는 신호로 읽힌다. 경비원 자리 하나에 170명이 몰렸다는 글에서 얘기했던 지방·저소득 노동시장의 위축과 이번 연체율 상승은 같은 축 위에 있는 문제다. 소득이 줄어드는 지역에서는 빚을 갚을 능력도 같이 줄어든다. 부동산이든 은행이든 결국 그 지역에 사는 사람들의 소득에서 시작하는 문제라는 걸, 이번 기사가 숫자로 다시 보여준 셈이다.
5. 내가 이 기사를 무겁게 읽는 이유
내 계좌에는 지방은행주도, 건설주도 없다. 그런데도 이 기사가 유독 무겁게 읽힌 건, 이게 특정 종목의 문제가 아니라 대한민국 경제 지도 자체가 다시 그려지고 있다는 신호로 보였기 때문이다. 수도권과 지방의 격차는 이제 체감이 아니라 통계 작성 이래 최고치라는 숫자로 나오고 있고, 관리지역 지정률이 10%도 안 된다는 건 그 격차의 상당 부분이 아직 통계 밖에 숨어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코스피가 8,000을 돌파했다는 뉴스와 지방 연체율이 역대 최고라는 뉴스가 같은 날 같은 신문 안에 실린다는 것 자체가, 지금 한국 경제가 두 개의 속도로 움직이고 있다는 증거처럼 느껴졌다.
내가 들고 있는 종목들도 결국 이 두 속도 중 어느 한쪽과 완전히 무관하지는 않다. 금리가 이렇게 계속 오르면 은행채 금리에 연동되는 대출 비용 부담은 지방 중소기업만의 얘기로 끝나지 않고, 결국 전체 시장의 할인율과 소비 여력에도 영향을 준다. 당장 종목을 사고팔 얘기는 아니지만, 앞으로 금리 관련 뉴스를 볼 때는 이 지방 연체율 표를 한 번 더 떠올리게 될 것 같다. 화려한 반도체·방산·AI 뉴스만 보고 있으면 놓치기 쉬운, 경제의 다른 절반이 지금 어떤 속도로 가라앉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기사였다.
직접 읽은 기사
한국경제 2026.07.27자 A11면, 유오상·김진성, "부산·대전도 쌓이는 미분양…지방 건설사 자금 회수 비상"
참고 자료
경인방송, "전국 미분양 6만5000호 폭발…HUG '관리지역'은 단 4곳뿐 논란"
파이낸셜뉴스, "HUG, 7월 미분양관리지역 4곳 지정...양주시 재지정"
이투데이, "중소 하청 폐업 12년만에 최대...사각지대에 놓인 기업들"
KPI뉴스, "건설사 폐업 2400곳 육박…하반기 더 심해질 것"
EBN, "부실 부동산PF 정리 속도내지만…서울·비서울 격차 지속" (한국신용평가 6차 부동산PF 현황점검)
부산일보, "'소멸 위험' 꼬리표 벗었지만 웃지 못하는 부산" (한국고용정보원 지방소멸위험지수)
주택도시보증공사(HUG) 미분양 관리지역 및 초기분양률 통계
한국은행 지역별 은행 대출연체율·중소기업 대출연체율 통계
같이 읽으면 좋은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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