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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 트렌드

칩 대신 SW로 머니무브 — 내 계좌가 흔들리는 이유를 신문에서 봤다

by money-insight7 2026. 7.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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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29일 수요일, 출근 전에 한국경제를 펼쳤다. A19면 제목이 눈에 들어왔다. 'AI 투자 무게추 이동…칩 대신 SW로 머니무브'. 요즘 계좌 사정을 생각하면 반가운 제목은 아니었다. 삼성전자도, 제주반도체도, 심지어 장기로 들고 있는 현대차까지 최근 몇 주 사이 줄줄이 무너지고 있어서, 사실 요 며칠은 주식창을 거의 열어보지 않고 지냈다. 어차피 단기로 들어간 종목들이 아니니 장이 흔들릴수록 안 보는 게 낫겠다 싶었는데, 이 기사를 보니 마음이 더 복잡해졌다.

반도체 중심 자금이 소프트웨어로 옮겨가는 머니무브를 상징하는 이미지

1. 27일 미국 증시, 반도체 대신 소프트웨어가 움직였다

기사 내용은 이렇다. 27일(현지시간) 뉴욕 증시에서 소프트웨어 종목들이 일제히 반등했다. 인사관리 클라우드 기업 워크데이가 9.01% 뛰었고, 4거래일 연속 하락을 끊어낸 팔런티어테크놀로지는 7% 오른 131.53달러에 마감했다. 서비스나우 6.86%, 세일즈포스 6.07%, 어도비 5.62%, 클라우드 대장주 오라클도 4.27% 올라 119.90달러를 기록했다. 유럽 최대 전사적자원관리 업체 SAP의 미국 예탁증서도 6.88% 뛰었다. 정작 소프트웨어 대장주인 마이크로소프트는 1.94% 오른 389.10달러로 상대적으로 밋밋했다.

반대편에서는 반도체가 약세를 보였다. 소프트웨어 기업에 투자하는 아이셰어즈 익스팬디드 테크 소프트웨어 섹터 ETF(IGV)는 4% 상승한 반면, 반도체 업종에 투자하는 아이셰어즈 세미컨덕터 ETF(SOXX)는 3.1% 하락하며 정반대로 갔다. 기사에는 니덤앤드컴퍼니의 한 애널리스트 코멘트도 실렸는데, 요약하면 소프트웨어 업종의 실적 대비 주가 배수가 그동안 워낙 낮아진 상태라, 실적 안정성만 확인되면 밸류에이션이 다시 평가받는 구간에 들어설 수 있다는 취지였다.

2. 하루짜리 반등이 아니라는 게 더 신경 쓰인다

기사를 읽고 다른 자료들도 찾아봤는데, 27일 하루의 이벤트가 아니었다. 블룸버그통신 보도를 보면 올해 내내 시장을 지배했던 '반도체 매수·소프트웨어 회피' 전략이 7월 들어 빠르게 흔들리고 있다고 한다. AI가 성장을 갉아먹을 거란 우려에 몇 달간 눌려 있던 소프트웨어 업종이 이달 2.2% 오르며 연초 대비 낙폭을 좁혔고, 반대로 올해 시장을 끌어올렸던 반도체는 이달에만 12% 빠졌다는 것이다. 연초 대비로는 여전히 반도체가 78% 높은 수준이라 방향을 단정하긴 이르지만, 삼성전자의 깜짝 실적도 반등을 만들지 못했고 중국 쪽에서 자체 칩 개발 소식이 나올 때마다 반도체 지수가 하루 새 5% 가까이 급락하는 흐름이 반복됐다고 한다.

벤진가코리아 기사에서는 좀 더 긴 흐름으로 짚었다. 2025년 4월 저점부터 올해 6월 중순 고점까지 14개월 동안, 반도체 ETF(SOXX)가 소프트웨어 ETF(IGV)보다 약 300% 높은 수익률을 냈다고 한다. 반도체가 물리적 인프라를 만든다면 소프트웨어는 AI가 대체해버릴 산업이라는 논리가 그만큼 강했다는 뜻이다. 그런데 이달 들어 IGV가 4% 오르는 동안 그 격차가 빠르게 줄고 있다는 게 기사의 요지였다. 포지션이 한쪽으로 너무 몰려 있었던 데 따른 기술적 되돌림이라는 분석과, AI 설비투자 집행 속도에 대한 의구심이 커졌다는 분석이 같이 나오고 있었다.

3. 근데 조선일보를 보니 또 다른 이야기가 있었다 — 중국발 충격이 방아쇠였다

한국경제만 보고 끝냈으면 이 정도로 정리했을 텐데, 같은 날 조선일보 A1면 1단에 실린 기사를 보고 생각이 또 갈라졌다. 제목이 '中 반도체 일어서자, 코스피 주저앉았다'였다. 27일 중국 반도체 기업 창신메모리(CXMT)가 상하이 증시에 상장하면서 공모가 대비 다섯 배 넘게 뛰어 상장 첫날 중국 시가총액 1위(약 711조원)에 올랐고, 인텔 시가총액까지 넘어섰다고 한다. 여기에 미국의 한 매체를 통해 중국이 ASML만 보유했던 심자외선(DUV) 노광장비를 자체 개발해 양산에 성공했다는 보도까지 겹쳤다. 중국의 반도체 자립이 예상보다 훨씬 빠르게 현실화되고 있다는 신호로 시장이 받아들인 셈이다.

파장은 바로 다음 날 수치로 나타났다. 27일 유럽 증시에서 ASML이 8.4% 급락한 걸 시작으로 미국 증시에서 엔비디아, AMD, 샌디스크 등이 줄줄이 5~11% 빠졌고, 28일 아시아 증시에서는 삼성전자가 13.4%, SK하이닉스가 14.7%, 일본 키옥시아가 18.3%까지 급락했다. 이날 코스피는 10.8% 떨어진 6023.66으로 마감했고 코스닥도 7.7% 내렸다. 일본과 대만 증시도 각각 4%대, 4.7% 급락했으니 중국발 충격이 아시아 반도체 밸류체인 전체를 흔든 하루였다고 봐도 될 것 같다. 여기에 엔비디아가 오픈AI의 데이터센터 사업에 2500억 달러 규모 지급보증을, 오픈AI의 자사 칩 구매에 3500억 달러 규모 금융 지원을 검토 중이라는 월스트리트저널 보도까지 겹치면서, 투자금이 서로를 돌고 도는 순환거래 구조에 대한 AI 거품 논란도 다시 불붙었다.

그래서 이게 소프트웨어로 돈이 옮겨간 결과인지, 중국 반도체 충격의 결과인지 헷갈렸는데, 여러 자료를 겹쳐 보니 둘이 서로 다른 얘기가 아니라 같은 흐름의 다른 층위였다. 한국경제가 짚은 순환매는 몇 주에 걸쳐 서서히 진행돼온 구조적인 흐름이고, 조선일보가 짚은 중국발 충격은 그 흐름 위에 27~28일 이틀 사이 얹힌 급성 트리거였다. 반도체 쪽으로 몰려 있던 포지션이 이미 정리되고 있던 참에, 중국의 기술 자립 속도가 예상보다 빠르다는 뉴스와 엔비디아발 순환거래 우려까지 동시에 터지면서 쏠려 있던 자금이 한꺼번에 빠져나간 거라고 보는 게 맞을 것 같다. 어느 한쪽만으로는 하루 10.8% 급락을 설명하기 어렵고, 두 요인이 같은 방향으로 겹쳤기 때문에 낙폭이 이렇게 커졌다는 게 지금까지 찾아본 내용으로 내린 결론이다.

4. 한국은 미국보다 훨씬 더 잔인했다

미국 시장 얘기만 봐도 착잡한데, 국내 상황을 찾아보니 체감이 더 크다. 헤럴드경제 보도에 따르면 코스피는 지난달 22일 종가 기준 사상 최고치인 9114.55를 찍은 뒤, 이달 28일 6023.66까지 밀리며 7월 한 달간 28.94% 급락했다. 외환위기나 글로벌 금융위기 때 월간 하락률과 비교되는 수준이라고 한다. 이 시기 코스피에서는 15일 이후 거의 매일 매수·매도 사이드카가 걸렸고,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두 종목이 코스피 전체 시가총액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구조라 두 종목이 흔들릴 때마다 지수 전체가 같이 출렁였다.

개인 투자자들의 매매 패턴도 흥미로웠다. 한국경제 보도를 보면 올해 상반기 개인 순매수 상위 30개 종목 중 25개가 7월 들어 순매도로 돌아섰다고 한다. 상반기 내내 사들이던 현대차, 현대모비스, 네이버, 삼성바이오로직스에서는 자금이 빠져나갔는데, 유독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는 이달에만 17조원 가까운 자금이 추가로 몰렸다. 같은 개미들이 한쪽에서는 손절 물량을 쏟아내면서 다른 쪽에서는 급락할수록 더 사들이는 공포 매수에 나선 셈인데, 폭락장 안에서 손절 심리와 저가 매수 심리가 이렇게 극단적으로 갈라진 걸 보니 지금 시장이 얼마나 혼란스러운 상태인지 숫자로 와닿았다. 오늘 아침에도 코스피가 장중 6200선까지 올랐다가 개인 순매도에 다시 밀려 5800선대로 주저앉았다는 기사가 나온 걸 보면, 이 변동성은 아직 진행형이다.

5. 내 계좌 얘기 — 장기로 들어간 것들이 흔들릴 때

이 흐름 안에 내 계좌도 정확히 걸려 있다. 삼성전자, 제주반도체뿐 아니라 자동차가 아니라 로봇·피지컬 AI 테마를 보고 담은 현대차까지, 다들 무너지고 있어서 사실 요즘은 주식창을 거의 안 열어보고 있다. 어차피 단기로 들어간 것들이 아니고 다 장기로 들어간 거라서, 그렇게 마음먹고 있긴 한데도 장이 너무 무너지니 좀 무섭기는 하다.

근데 생각해보면 늘 이랬다. 올라갈 땐 끝없이 올라갈 것 같아서 불나방처럼 올라탔다가 당하고, 내려갈 땐 또 끝없이 내려갈 것 같아서 공포에 못 이겨 당한다. 어차피 그런 공포의 구간이 오면 그때가 바닥이겠지 싶은 생각도 들고, 요즘 느껴지는 이 공포가 개미들의 손절 물량이 늘어나는 신호가 아닐까 싶기도 하다. 솔직히 나도 지금 주식창을 계속 들여다보고 있었다면 손절하고 싶은 욕구를 못 이겼을 것 같다. 그래서 어차피 장기로 들어간 거, 그냥 보지 말자고 마음먹은 건데, 이게 어떻게 보면 방관인가 싶기도 하다.

6. 그래도 반도체 이야기가 완전히 끝난 건 아니라고 보는 이유

그렇다고 이번 순환매를 반도체 스토리의 종료 선언으로 읽지는 않는다. 블룸버그 보도에도 나오듯 반도체 업종의 2027년 이익 성장 전망치는 여전히 47% 수준으로 견고하게 유지되고 있다고 한다. 지금 벌어지는 일은 AI 설비투자가 실제로 얼마나 빠르게 집행될지에 대한 의심과, 반도체 쪽으로 지나치게 쏠렸던 포지션이 정리되는 국면에 가깝다는 게 여러 자료를 찾아본 뒤 든 생각이다. 소프트웨어가 반등한 이유도 AI 시대가 저물었기 때문이 아니라, 그동안 워낙 저평가돼 있던 밸류에이션이 되돌림을 받은 성격이 크다. 게다가 돈이 소프트웨어 쪽으로 옮겨간다고 해도, 그 소프트웨어가 돌아가려면 결국 어딘가에서는 칩이 연산을 하고 로봇이 움직여야 한다. 워크데이나 세일즈포스 같은 AI 응용 소프트웨어도 그 밑단에는 반도체가 깔려 있고, 현대차가 들고 있는 피지컬 AI·로봇 쪽도 결국 하드웨어 없이는 성립하지 않는 영역이다. 그런 면에서 이번 순환매는 반도체와 소프트웨어 둘 중 하나를 고르는 문제라기보다, 그동안 반도체에만 쏠려 있던 자금이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사이에서 다시 균형을 찾아가는 과정에 더 가깝다고 본다.

다만 한국 시장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편중 구조 때문에 이 순환매의 충격을 훨씬 크게 받는다는 게 이번에 다시 확인됐다. 미국에서는 반도체와 소프트웨어가 돈이 오가는 순환매 정도로 그친다면, 한국에서는 지수 자체가 반도체 두 종목에 절반 넘게 걸려 있으니 같은 흐름이 코스피 급락으로 증폭돼서 나타난다. 내 계좌가 유독 크게 흔들리는 것도 이 구조 탓이 커 보인다.

오늘 생각해본 건데, 어차피 저가에서 산 물량들은 언젠가 수익 실현을 할 수밖에 없다. 수익 실현이 나오면 가격은 다시 눌릴 수밖에 없고, 그렇게 눌린 가격에 또 매력을 느낀 자금이 새로 들어온다. 그 자금이 다시 물량을 쌓았다가 수익을 실현하는 과정을 반복하면, 파동은 이전보다 더 커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그렇게 보면 지금 이 하락이 당장은 아주 큰 파도처럼 느껴지지만, 시간이 지나고 나면 오히려 더 큰 파동 속의 잔파도 하나로 남아 있을 가능성이 크다는 생각이 든다.

기사 하나 읽었을 뿐인데 이런저런 생각이 많아졌다. 장기 투자라고 마음먹고 안 보고 지내는 게 맞는 방법인지, 그냥 눈을 돌리는 것뿐인지는 사실 나도 잘 모르겠다. 다만 확실한 건, 지금 같은 공포 구간에서 계좌를 계속 들여다봤다면 나도 별수 없이 흔들렸을 거라는 점이다. 주식, 참 어렵다.

직접 읽은 기사

한국경제 2026.07.29자 A19면 [AI 투자 무게추 이동…칩 대신 SW로 머니무브], 배성수 기자

조선일보 2026.07.29자 A1면 1단 [中 반도체 일어서자, 코스피 주저앉았다], 이혜운 기자

참고 자료

벤진가코리아 — 반도체 주식, 소프트웨어 대비 사상 최악의 한 달

헤럴드경제 — 코스피 '잔인한 7월', 반도체 쇼크에 6000 붕괴

한국경제 — 공포에 사라 간 큰 개미들, 폭락장에 삼전닉스 17조 담았다

머니투데이 — 엔비디아, AI 돌려막기 논란에 시총 1위 애플에 내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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