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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가 사탕수수로 차를 굴리는데, 한국은 왜 세녹스에서 멈췄을까

by money-insight7 2026. 8.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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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탕수수밭이 주유기로 이어지는 바이오에탄올 일러스트, 뒤편에 한국 논 배경

오늘 업무 시작 전에 한국경제 8월 7일자 A11면을 펼쳤다. 손주형 기자가 쓴 인도 플렉스 연료차 기사였다. 인도에서 에탄올 함량 85%짜리 연료로 가는 승용차가 처음으로 양산·판매되기 시작했다는 내용인데, 제목을 보자마자 옛날 기억 하나가 훅 올라왔다. 우리나라도 옛날에 기름값 폭등할 때마다 에탄올 섞는 얘기가 나왔던 것 같은데, 그게 정식으로 승인이 안 나고 오히려 불법 취급받았던 기억이 있어서다. 확실하지 않은 기억이라 오늘은 그걸 좀 파봤다. 그런데 파다 보니 생각보다 훨씬 큰 그림이 나왔다.

1. 인도의 플렉스 연료차, 낯익은 데자뷰

기사 내용부터 정리하면 이렇다. 일본 스즈키가 지난 6월 인도에서 에탄올 85% 연료를 쓰는 '왜건R 바이오플렉스'를 출시했다. 가격은 같은 사양 휘발유 모델보다 13%쯤 비싸다. 같은 달 인도 국영 정유사들이 전국 48개 주유소에서 이 연료 판매를 시작했고, 연말까지 500곳, 내년 말까지는 5000곳으로 늘린다는 계획도 나왔다. 인도는 이미 지난해부터 새로 등록되는 모든 휘발유차에 에탄올 20% 혼합 연료(E20) 호환을 의무화해뒀다.

배경은 두 가지다. 하나는 원유 수입 의존도 문제다. 인도는 원유의 90% 가까이를 중동에서 들여오는데, 미국·이란 전쟁 이후 호르무즈해협이 불안해지면서 에너지 자립의 필요성이 커졌다. 다른 하나는 농가 문제다. 인도는 한 해 5억 톤 가까운 사탕수수를 생산하는 나라인데, 설탕을 만들고 남는 당밀을 에탄올 원료로 쓰면서 제당 업체 재무구조도 개선하고 농가 대금도 밀리지 않게 지급하겠다는 계산이 깔려 있다. 물론 단점도 있다. 에탄올은 에너지 밀도가 휘발유보다 낮아서 연비가 떨어진다. 스즈키 바이오플렉스 모델도 같은 사양 휘발유차보다 연비가 20% 이상 낮다는 게 기사에 나온 수치다. 그래도 인도 정부는 밀어붙이는 쪽을 택한 모양이다.

2. 한국도 한때 이걸 시도했었다 — 세녹스의 기억

기사를 읽으면서 떠올린 옛 기억은, 찾아보니 '세녹스'였다. 2002년쯤 국내 벤처기업이 휘발유 첨가제 명목으로 특허를 내고 팔기 시작한 제품인데, 1세대는 솔벤트 60%·톨루엔 30%·메탄올 10%로 이루어진 완전히 석유화학계 혼합물이었다. 여기서 메탄올은 석탄이나 천연가스에서 뽑아내는 물질이라, 곡물을 발효시켜 만드는 바이오에탄올과는 원료부터 다르다. 문제는 이게 사실상 첨가제가 아니라 대체 연료처럼 쓰이면서 정부와 정면충돌했다는 점이다. 결국 정부는 이걸 '유사휘발유'로 규정하고 법으로 불법화했고, 제조사와의 법정 공방 끝에 정부가 이겼다. 이후 2000년대 중반 국내 판매가 막히자 제조사는 해외 판로를 찾으면서 2세대 제품에 바이오에탄올과 바이오메탄올을 일부 섞어 '친환경 바이오연료'로 리브랜딩을 시도했는데, 이때도 석유부산물이 40%가량 섞인 혼합물이라 순수 바이오에탄올 연료라고 보기는 어렵다. 그 과정에서 '석유대체연료'라는 법적 용어가 새로 생기고 관련법 명칭까지 바뀌는 계기가 됐다고 하니, 내 기억이 완전히 틀린 건 아니었던 셈이다. 다만 세녹스가 정식 '바이오에탄올 혼합유' 정책이었다기보다는, 유류세를 피해가려는 석유화학계 대체연료 제품이 결과적으로 정부 규제와 부딪힌 사건에 가깝다는 걸 이번에 다시 알게 됐다.

3. 이 얘기가 요즘 다시 테이블에 오른 이유

찾아보다가 개인적으로 가장 눈에 띄었던 자료는 대한석유협회에 올라온 에너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의 칼럼이었다. 이 글에 따르면, 트럼프 2기 한미 통상협의에서 미국이 바이오에탄올 수입 확대를 요구하면서 한동안 논의 밖에 있던 '국내 바이오에탄올 보급 이슈'가 다시 테이블에 올라섰다고 한다. 미국은 세계 최대 옥수수 생산국이고, 바이오에탄올을 농업 보호와 수출 확대의 핵심 수단으로 활용해온 나라다. 오늘 읽은 인도 기사가 원유 수입 의존도 문제였다면, 한국 입장에서는 오히려 통상 협상 카드로 이 이슈가 걸려 있는 셈이다. 세녹스 사건 이후 거의 20년 가까이 잠잠했던 얘기가 지금 다시 나오는 이유가 국내 에너지 정책보다는 대미 무역 협상 쪽에 더 가깝다는 게 이번에 새로 알게 된 부분이다.

4. 왜 한국은 지금도 안 섞을까

그럼에도 국내 여건은 여전히 녹록지 않다. 지금 한국은 바이오에탄올 의무 혼합을 아예 시행하지 않는 사실상 유일한 나라라는 얘기가 업계에서 나온다.

4-1. 좁은 땅과 수입 의존

가장 큰 이유는 원료다. 옥수수나 사탕수수처럼 에탄올을 뽑아낼 작물을 대량으로 재배할 땅이 한국엔 없다. 결국 에탄올을 전량 수입해야 하는데, 그러면 원유 대신 다른 에너지원에 의존하는 구조로 바뀔 뿐이라는 게 정부 쪽 논리다.

4-2. 정유사 공급 구조라는 장벽

두 번째는 산업 구조다. 앞서 본 칼럼에는 국내 석유정제공장이 1964년부터 줄곧 휘발유와 경유 중심으로 발전해온 탓에, 수송연료용 바이오에탄올을 위한 저장탱크·배관·혼합설비 인프라가 사실상 전무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은 정유사가 완제품 휘발유를 그대로 공급하는 체계라서, 에탄올 혼합을 도입하려면 정유·유통·주유소 전체 시스템을 손봐야 한다. 인프라를 통째로 바꾸는 문제라 정책 하나로 해결될 사안이 아니라는 얘기다.

4-3. 그런데 경유는 이미 섞고 있다

여기서 의외였던 사실 하나. 휘발유용 에탄올만 없을 뿐, 경유는 이미 2015년부터 '신재생에너지연료 혼합의무제도(RFS)'라는 이름으로 바이오디젤을 의무 혼합하고 있다. 현재 비율은 3.5%고, 정부는 이걸 2030년까지 8%로 올리겠다고 발표한 상태다. 즉 한국이 바이오연료 자체를 거부하는 게 아니라, 경유 쪽은 이미 제도가 돌아가고 있는데 휘발유(에탄올) 쪽만 20년째 실증연구 단계에 머물러 있는 것이다. 앞서 본 연구위원 칼럼도 이 점을 짚으면서, 새로 에탄올 혼합 인프라를 까느니 이미 있는 RFS 제도를 SAF나 e-Fuel까지 포함하는 방향으로 고도화하는 게 더 비용 효율적이라고 주장하고 있었다. 탄소 감축 효과로만 보면 전기차 1대가 내연기관 대비 연간 1.2~2톤을 줄이는 반면, 에탄올 10% 혼합유는 차량 1대당 연간 0.1~0.2톤 정도라는 수치도 함께 나온다. 감축 효율만 놓고 보면 에탄올보다 전기차 쪽에 힘을 싣는 게 낫다는 논리인데, 이 부분은 나도 처음 알고 좀 놀랐다.

5. 해외는 어디까지 왔나

같은 칼럼에 나온 국가별 비교가 흥미로웠다. 미국은 E10 보급률이 95%에 달하고, 브라질은 27%(E27) 수준까지 혼합비율을 끌어올렸다. EU는 재생가능에너지지침(RED)을 통해 수송연료의 10% 이상을 재생에너지로 채우도록 법으로 의무화해뒀다. 반면 일본과 중국은 한국과 사정이 비슷하다. 둘 다 농업 자원이 부족하고 물류 인프라도 미비해서 혼합비율을 3~7% 수준으로 제한하고 있고, 중국은 식량안보 우려 때문에 2020년에 전국 혼합 의무제를 아예 철회했다고 한다. 결국 바이오에탄올 도입에 성공한 나라들은 하나같이 자국 농업 기반으로 원료를 감당할 수 있고, 생산부터 유통까지 이어지는 인프라가 이미 갖춰져 있었다는 공통점이 있다. 오늘 읽은 인도 기사도 결국 이 조건에 부합하는 나라라서 가능한 얘기였던 셈이다.

6. 쌀로도 가능할까 — 소주회사들 얘기

원래 궁금했던 건 이거였다. 쌀로도 자동차용 에탄올을 만들 수 있는지, 그리고 만약 가능하다면 지금 국내에서 소주 원료를 만드는 회사들이 이쪽으로 신사업을 벌일 수 있는지. 찾아보니 쌀도 곡물이라 발효만 시키면 에탄올을 뽑아낼 수 있다. 실제로 옛날 희석식 소주 얘기를 보면, 1965년 양곡령으로 쌀로 술 빚는 게 금지되기 전까지는 쌀도 술의 원료로 흔히 쓰였다. 이후 쌀 대신 값싼 타피오카(카사바), 고구마 같은 수입 곡물로 넘어간 것뿐이다. 즉 쌀이 안 되는 게 아니라, 경제성 때문에 안 쓰는 쪽에 가깝다.

6-1. 소주 원료 만드는 회사가 국내에 9곳 있다

국내에는 쌀·고구마·카사바 같은 곡물을 발효시켜 소주 원료용 에탄올을 만드는 회사가 풍국주정공업, 창해에탄올, 진로발효, 일산실업, 서영주정, MH에탄올, 롯데칠성음료, 서안주정, 한국알콜산업 이렇게 9곳 있다(한국알콜산업은 이 중 원유 기반 정제 쪽만 취급한다). 곡물을 발효시켜 순도 95% 정도의 알코올을 뽑아내는 방식인데, 이게 이론상으로는 자동차 연료용 에탄올과 같은 계열의 물건이다. 이 중 진로발효는 코스닥 상장사이고 안동소주 계열사이기도 해서, 리스트 뽑다가 "얘는 주식으로도 살 수 있는 회사네" 싶어 개인적으로 관심 종목 메모장에 슬쩍 적어뒀다. 물론 지금 당장 이 회사 실적에 바이오에탄올 얘기가 반영될 일은 없어 보이지만, 원료 다루는 회사라는 것만으로도 정책 뉴스 나올 때마다 한 번씩 들여다볼 이유는 생긴 셈이다.

6-2. MH에탄올, 캄보디아에서 해봤지만 접었다

그런데 이 리스트에 있는 MH에탄올, 소주회사 무학의 계열사가 실제로 이 사업을 해본 이력이 있었다. 2008년 캄보디아 깜퐁스푸 지역에 에탄올 공장을 세우고 8000헥타르 규모 농장에서 카사바(타피오카)를 직접 재배해 바이오에탄올을 생산하는 사업을 벌였다. 재밌는 건 이 농장 부지가 원래 CJ가 2001년에 카사바 사업을 하려고 개간하다가, 현지 인력관리 어려움과 척박한 토지 환경 때문에 손을 떼고 처분한 땅이었다는 점이다. 앞서 한 번 실패한 자리에서 MH에탄올이 다시 도전한 셈이다. 순도 99%대 무수 에탄올, 즉 자동차 연료로 쓸 수 있는 수준까지 뽑아냈고 대부분 유럽으로 수출했다는 2012년 현지 취재 기사도 있다. 그런데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더 찾아보니 MH에탄올은 2014년 1월 24일, 이 캄보디아 법인(CJ캄보디아·MH바이오에너지)을 부산의 유통기업 서원유통에 매각한다고 공시했다. 회사 측은 "캄보디아 사업 확장으로 늘어난 부채비율을 낮추기 위한 매각"이라고 설명했고, 매각으로 들어온 400억 원은 차입금 상환에 쓰였다. 업계에서는 이걸 사실상 바이오 에너지 사업 철수로, 결국 적자를 면치 못하고 실패로 마감된 시도로 평가하고 있었다. 지금 MH에탄올의 사업은 국내 주정(소주 원료)과 골프장(용원개발, 진해오션리조트) 두 축뿐이고, 최근 재무 자료 어디에도 캄보디아나 바이오에탄올 얘기는 나오지 않는다.

이 대목에서 4장에서 정리했던 '정유 인프라가 발목을 잡는다'는 얘기가 그냥 이론이 아니라 실제로 한국 기업의 발을 묶은 문제였다는 걸 확인한 셈이다. 만들 수 있는 기업이 국내에 있었고, 심지어 유럽 수출까지 하고 있었는데, 정작 국내에 팔 곳이 없어서 결국 부채만 늘리다 접었다. 생산은 가능해도 판로가 없으면 사업은 유지가 안 된다는 걸 MH에탄올이 몸으로 보여준 사례다.

솔직히 말하면 처음엔 이 기사 보고 국내 관련주 하나 건질까 싶어서 가볍게 뒤졌는데, 파면 팔수록 얘기가 커졌다. 세녹스 사건, 한미 통상협상 카드, 이미 돌아가고 있는 RFS 제도, 그리고 실제로 도전했다 접은 MH에탄올까지. 처음엔 캄보디아에서 사탕수수로 에탄올 사업한다고 어렴풋이 기억하고 있었는데, 실제로는 카사바였고 게다가 그 사업은 2014년에 이미 접혔다는 것도 이번에 처음 알았다. 기억이 이렇게 부정확했다는 게 좀 민망하긴 한데, 그래도 국내 기업이 한 번 실전으로 부딪혀보고 왜 안 되는지를 증명해준 셈이니 나름 의미 있는 시도였다고 본다. 관련주로 딱 떨어지는 종목을 찾은 건 아니지만, 진로발효처럼 원료를 다루는 회사들은 정책 뉴스 나올 때마다 한 번씩 체크해볼 만하다는 정도로 정리하고 넘어간다. 지금은 통상 협상 카드로 다시 테이블에 올라온 상태고, 인도·베트남처럼 옆 나라들도 하나둘 E10, E20으로 넘어가는 걸 보면 이 이슈가 완전히 죽었다고 보기도 어렵다. 다음에 관련 뉴스가 또 나오면 그때 다시 들여다볼 생각이다.

#바이오에탄올 #플렉스연료차 #인도자동차 #에탄올혼합유 #발효주정 #세녹스 #한미통상협상 #RFS의무혼합제

직접 읽은 기사: 한국경제, 2026.08.07, A11면, 손주형 기자, "印 원유 수입 줄이자…'에탄올 혼용車' 시동"

참고 자료: 나무위키 '세녹스' · 나무위키 '주정' · 나무위키 '희석식 소주' · 다나와 자동차, "치솟는 유가에 주목받는 에탄올 혼합 휘발유" · 투데이에너지, "한국, 바이오에탄올 혼합 의무 미시행 유일 국가" · 대한석유협회 전문가칼럼, "수송연료 바이오에탄올, 국내 도입의 현실과 과제" · 이투뉴스, "바이오디젤 혼합비율 2030년 8%로 상향" · 헤럴드경제, "무역 2조달러 시대 이끌 중견기업을 찾아서 – MH에탄올"(2012) · 비즈니스포스트, "[Who Is?] 최동호 MH에탄올 대표이사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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