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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로움부 장관이 생기는 나라들 — 한국이 숫자로 더 위태로운 이유

by money-insight7 2026. 8.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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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가에 혼자 앉아 오후 시간을 보내는 노년 여성의 일러스트

8월 11일, 한국경제 A10면 1단. 자리도 작고 제목도 낯설었다. '넌 혼자가 아니야'…英·日은 외로움부 장관 뒀다. 처음엔 그냥 지나칠 뻔한 기사였다. 그런데 '외로움부'라는 단어에서 손이 멈췄다.

엄마가 떠올랐다. 엄마는 혼자 사신다. 통화할 때마다 나는 습관처럼 잘 지내시냐고 묻는데, 얼마 전엔 그냥 직설적으로 물어봤다. 외롭지 않으시냐고. 엄마는 망설임 없이 외롭다고 하셨다. 밖에서 활동을 하고 들어와도 오후 시간이 많이 남고, 그 시간을 혼자 보내는 날이 대부분이라 하셨다. 밖에서 알게 된 지인들과 뭘 더 해보려 해도 매번 돈이 들다 보니 매일 만나긴 부담스럽다고도 하셨다. 그 말을 듣고 나는 처음으로 나이 든 세대를 위한 커뮤니티가 하나쯤 필요하다는 생각을 진지하게 했었다. 그런데 기사를 파고들수록, 이게 감정의 문제가 아니라 숫자로도 이미 위험 신호가 켜진 사안이라는 걸 알게 됐다.

1. 왜 선진국들은 '외로움'에 부처를 만들었나

기사를 읽으면서 놀랐던 건 이게 한두 나라 이야기가 아니라는 점이었다. 영국은 2018년 세계 최초로 외로움 담당 장관을 지정했고, 이후 환자를 지역사회 모임과 연결하는 '사회적 처방'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일본은 2021년 고독·고립 대책 담당 장관직을 신설했는데, 배경이 인상적이었다. 11년 만에 자살자가 다시 늘어난 시점이었고, 성인이 스스로 사라지는 '조하쓰'와 은둔형 외톨이를 뜻하는 '히키코모리' 문제까지 겹쳐 있었다. 2024년에는 총리가 직접 관련 정책을 총괄하는 법까지 시행에 들어갔다.

미국의 움직임도 짚을 만하다. 2023년 비베크 머시 미국 공중보건서비스단 단장이 낸 보고서는 외로움과 고립을 하나의 유행병으로 규정했는데, 이 보고서 이후 보건복지부가 외로움을 흡연·비만·약물중독과 같은 급의 공중보건 위협으로 공식화했다. 프랑스는 코로나19 이후 우울증과 불안장애가 늘자 2022년부터 3세 이상 국민에게 연 12회 심리상담 비용을 건강보험으로 지원하는 제도를 시작했다. 네 나라의 시차는 있지만 방향은 같다. 외로움을 더 이상 개인의 성격이나 사정으로 두지 않겠다는 것이다.

2. 세계보건기구가 매긴 '외로움의 값'

이번 기사를 계기로 관련 자료를 더 찾아봤는데, 세계보건기구 사회적연결위원회가 낸 보고서 수치가 생각보다 훨씬 컸다. 전 세계 인구의 약 15.8%가 외로움을 느끼고 있고, 사회적 고립으로 인한 사망이 매년 87만 명이 넘는다는 추산이었다. 신체적으로는 심장병과 뇌졸중, 고혈압, 당뇨와의 연관성이 확인됐고 정신적으로는 우울과 자살 위험을 높인다는 내용도 포함돼 있었다. 경제적 손실 규모도 나라별로 제시됐는데, 미국은 연간 약 400억 달러, 스페인은 GDP의 1.2%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는 부분이 특히 눈에 들어왔다. 감정의 문제라고만 생각했던 것이 국가 단위 손익계산서에 이미 항목으로 잡혀 있었던 셈이다.

3. 한국이 유독 취약한 세 가지 숫자

국가데이터처가 발표한 2025년 인구주택총조사를 찾아보니, 지난해 기준 1인가구는 824만 가구로 전체의 36.6%를 차지해 역대 최고치를 또 갈아치웠다. 2000년 15.5%에 불과했던 비중이 25년 만에 두 배 이상으로 뛴 것이다. 더 눈에 걸리는 건 고령자 1인가구다. 65세 이상 1인가구가 245만6천 가구로 전년보다 7.3% 늘었는데, 이는 전체 1인가구 증가 속도보다도 빠르다. 같은 조사에서 65세 이상 고령인구는 1072만 명, 전체 인구의 20.7%까지 올라 초고령사회 진입이 공식 확인됐다.

여기에 국가데이터처의 2025년 사회조사 결과를 보면, 국민 10명 중 4명이 평소 외로움을 느낀다고 답했고 나이가 들수록 그 비율은 더 높아졌다. 보건복지부가 집계한 2024년 고독사 사망자 수는 3,924명으로 전년보다 7.2% 늘어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청년층도 예외가 아니다. 2019년 통계청 조사 기준 고립청년은 34만 명으로 추산됐고, 청년재단은 이를 근거로 사회적 비용을 연간 약 7조5000억 원으로 계산했다. 이후 2023년 정부 실태조사에서는 고립·은둔을 고민하는 위기 청년 규모가 최대 약 54만 명까지 늘어난 것으로 추정됐는데, 인원이 더 늘었다면 사회적 비용도 그만큼 커졌다고 보는 게 합리적이다. 비경제활동과 직무성과 저하, 저출산으로 인한 경제비용만 7조2000억 원에 이른다는 세부 항목을 보면, 외로움은 이미 노동시장 지표에도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는 셈이다.

4. 한국의 대응, 차관 지정으로 충분한가

한국의 대응은 2020년 고독사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제정, 2023년 1차 고독사 예방 기본계획(2023~2027) 수립 순서로 이어져 왔다. 그러다 지난 5월 13일, 정은경 복지부 장관이 주재한 고독사 예방 협의회에서 정책 프레임 자체가 바뀌었다. 사후적으로 고독사를 막는 방식에서 벗어나 사회적 고립을 사전에 예방하는 쪽으로 정책 범위를 넓히고, 복지부 제1차관인 이스란 차관을 초대 '사회적 고립 전담차관'으로 지정한 것이다. 복지부는 이를 발판으로 관련 법을 '사회적 고립 예방법'으로 전부 개정하고, 5개년 기본계획과 전국 실태조사, '사회적 연결의 날' 지정까지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방향은 맞다고 본다. 다만 기사에 인용된 이해국 가톨릭의대 교수의 지적처럼, 담당자를 장관급으로 격상하고 민간 전문가와 마스터플랜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여전히 나온다. 이 지적에 힘이 실리는 이유는 예산 규모를 보면 더 분명해진다. 복지부는 2023년 청년 고립·은둔 대책을 내놓으며 전국 4개 광역시·도를 뽑아 시범사업을 운영했는데, 여기 배정된 예산은 연간 약 13억 원, 전담인력은 32명이었다. 반면 같은 문제로 발생하는 사회적 비용은 앞서 본 것처럼 연간 7조 원대로 추산된다. 문제의 크기와 대응 예산의 크기가 자릿수 몇 개는 차이 나는 구조였던 셈이다. 이번 전담차관 지정이 이 격차를 얼마나 좁힐지는 다음 기본계획이 나와야 확인되겠지만, 지금까지의 격차만 놓고 보면 예산이 늘어날 여지는 충분해 보인다.

5. 이 흐름이 만드는 세 갈래 산업

5-1. 디지털 치료기기 - 이미 깔려 있는 규제 인프라

눈여겨볼 부분은 한국이 이 분야의 규제 인프라를 이미 갖추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2023년 에임메드의 불면증 인지행동치료 소프트웨어 '솜즈(Somzz)'가 식약처의 국내 1호 디지털치료기기 허가를 받았고, 이어 웰트의 '웰트-아이', 뉴냅스의 시야장애 개선 소프트웨어, 쉐어앤서비스의 호흡재활 소프트웨어, 뉴라이브의 이명 치료기기까지 총 5건이 허가됐다. 아직 우울·불안·사회적 고립을 직접 겨냥한 디지털치료기기는 국내에 없지만, 임상시험과 허가 절차라는 통로 자체는 이미 뚫려 있는 상태다. 앞서 본 예산 격차(13억 원 대 7조 원대)가 좁혀지는 방향으로 정책이 움직인다면, 새 예산은 결국 기존 통로를 타고 흐를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통로가 없는 상태에서 예산만 늘리는 것보다, 이미 뚫린 통로에 예산이 붙는 쪽이 실행 속도가 빠르기 때문이다.

5-2. 시니어 커뮤니티·실버산업

엄마 이야기로 돌아가면, 결국 필요한 건 거창한 정책이 아니라 '경제적으로 부담 없이 매일 갈 수 있는 모임 공간'이었다. 65세 이상 1인가구가 1년 새 7.3%나 늘었다는 숫자는, 이 수요가 일시적 트렌드가 아니라 구조적으로 계속 커질 수밖에 없다는 뜻이기도 하다. 실제로 국내 고령친화산업 시장규모는 약 73조 원으로, 연평균 13%씩 성장하고 있다는 조사 결과도 있다. 그런데 정작 정부의 고령친화산업 육성사업 예산은 2024년에 전액 삭감됐다는 지적이 KDI 자료에 나온다. 시장은 두 자릿수로 크는데 정책 지원은 오히려 끊긴, 앞서 본 청년 고립 예산 격차와는 정반대 방향의 괴리다. 이번 사회적 고립 예방 정책이 노년층까지 아우르는 쪽으로 확장된다면, 끊겼던 그 예산 공백을 다른 이름으로 다시 메울 여지가 있다고 본다.

5-3. 1인가구 소비재·구독 서비스

외로움은 노년층만의 문제가 아니다. 1인가구 824만 가구 가운데 70세 이상이 19.8%로 가장 많지만, 30대와 20대도 각각 17%대를 차지한다. 외동딸, 외동아들로 자란 세대가 이미 부모가 됐고, 결혼이 필수가 아닌 시대라 혼자 사는 기간 자체가 길어졌다. KDI 자료를 보면 1인가구가 전체 소비지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23년 기준 약 20%까지 올라왔다. 다만 여기서 낙관만 하기는 어렵다. 같은 자료에서 한국은행은 1인가구의 소득과 자산이 다인가구보다 취약하고 소비성향까지 나빠지고 있어, 1인가구의 소비 위축이 오히려 국가 전체 소비 회복을 구조적으로 제약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래서 이 흐름은 노인 정책으로만 좁혀볼 게 아니라, 1인가구를 겨냥한 반려·구독·소셜 플랫폼 소비 전반으로 넓혀서 봐야 한다고 본다. 다만 비중이 커진다고 구매력까지 같이 커진다는 뜻은 아니라는 점은 짚고 가야 할 것 같다.

솔직히 말하면 오늘 글은 딱 떨어지는 종목 하나를 짚는 글은 아니다. 이 테마와 관련해서 지금 내가 들고 있는 종목도 없다. 정책이 차관급에서 장관급 의제로 넘어가는 초입 국면에서는, 확실한 수혜주보다 '어떤 산업의 성격이 바뀌는지'를 먼저 읽는 게 순서라고 생각한다. 엄마와의 통화 한 통에서 시작한 글이 이렇게 숫자로 가득 찬 글이 될 줄은 몰랐다. 부모 세대의 문제라고만 생각했는데, 자료를 뒤질수록 결국 내 세대, 그리고 그 아랫세대의 문제이기도 하더라.

#외로움경제 #고독대책 #사회적고립전담차관 #디지털치료기기 #실버산업 #1인가구 #고독사

직접 읽은 기사

이민형, "'넌 혼자가 아니야'…英·日은 외로움부 장관 뒀다", 한국경제, 2026.08.11, A10면. 기사 원문 보기

참고 자료

"'사회적 고립' 예방 위한 정책 범위 확대…범정부 컨트롤타워 구축", 대한민국 정책브리핑, 2026.05.13. 원문 보기

"'외로움' 범정부 대응… '고립 전담 차관' 지정", 국민일보, 2026.05.13. 원문 보기

"'외로움은 사회적 질병'... WHO, 연간 87만 명 사망 경고", 웰다잉뉴스, 2026.01.22. 원문 보기

"2025년 인구주택총조사 결과 발표…1인 가구 36.6%로 역대 최고", 뉴스앤잡, 2026.07. 원문 보기

"고립청년 사회적 비용 7조 5000억원… '사전 지원하면 비용 감소'", 서울신문, 2023.08.31. 원문 보기

"국내 첫 디지털치료기기 허가, 불면증 개선 에임메드 '솜즈'", 메디포뉴스, 2023.03.16. 원문 보기

"고립·은둔 청년, 이제 국가가 돕겠습니다", 보건복지부 보도자료, 2023.12.13. 원문 보기

"국내 고령친화산업 73조원… 연평균 두자릿수 성장", 보건뉴스, 2024.06.24. 원문 보기

"고령친화산업 현황과 정책 방향에 대한 고찰", KDI 경제교육·정보센터. 원문 보기

"최근 1인 가구 확산의 경제적 영향 평가", KDI 경제교육·정보센터. 원문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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