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머니 트렌드

일본이 금리를 올렸는데 엔화는 왜 더 떨어질까? 원·달러 1550원 돌파의 진실

by money-insight7 2026. 7. 2.
반응형

7월 1일 아침, 평소처럼 한국경제를 펼쳤다. 1면 헤드라인이 눈에 딱 들어왔다. "엔화 40년 만에 최저·원달러 1550원 돌파…韓·日 동병상련". A3면에는 좀 더 자세한 후속 기사도 실려 있었다. "强달러·중동 원유 의존·서학개미…쌍둥이처럼 닮아가는 원·엔화"라는 제목이었다.

 

엔화 40년 만에 최저치, 원달러 환율 1550원 돌파 관련 한국경제 기사 이미지

 

사실 엔저는 나한테 꽤 익숙한 뉴스다. 몇 년 전 엔화가 900원 밑으로 떨어졌을 때 환전해둔 적이 있다. 그때는 그게 그냥 "일본 여행 가기 좋은 시기" 정도로만 느껴졌다.

근데 이번엔 좀 다르다. 일본은행이 기준금리를 31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으로 올렸다는데도 엔화는 오히려 40년 만의 최저치를 찍었다. 금리 올리면 통화 방어되는 거 아니었나 싶었다. 그리고 그 여파가 원화에도 그대로 옮겨붙어서 원달러 환율이 1550원을 넘었다. 또 떨어졌구나. 솔직히 마음이 좀 무거웠다.

이 글에서는 한국경제 기사를 바탕으로 이번 원엔 동반 약세가 왜 벌어지고 있는지, 그리고 내 계좌에 들어있는 현대차나 삼성중공업 같은 종목들엔 어떤 의미인지 정리해본다.

 

1. 왜 금리를 올렸는데도 엔화는 더 떨어졌을까

30일 도쿄외환시장에서 엔·달러 환율은 장중 162.41엔까지 올랐다. 162엔대는 플라자합의 직후인 1986년 12월 이후 39년 7개월 만이라고 한다. 일본 재무상이 "단호한 조치를 취하겠다"며 개입 의사를 밝혔는데도 약세 흐름이 꺾이지 않았다는 게 이번 국면의 특징이다.

결국 문제는 미국이랑 일본 금리 차다. 케빈 워시 미국 연준 의장이 인플레이션 억제를 최우선으로 하는 매파적 태도를 보이면서 달러 강세를 부추기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뱅크오브아메리카는 연준이 0.25%포인트씩 세 차례 추가 인상에 나설 걸로 내다봤다. 반면 일본은 재정 확대를 우선 과제로 내세우면서 추가 금리 인상 기대가 오히려 약해지고 있다. 일본 정부부채가 GDP의 250% 수준이라던데, 이 정도면 금리 더 올리기도 무섭겠다 싶다.

이렇게 되면 엔화를 빌려서 달러 자산에 투자하는 이른바 엔 캐리 트레이드의 매력이 계속 유지된다. 일본은행이 기준금리를 연 1.0%로 올렸는데도, 미국 기준금리(연 3.75%)와의 격차가 워낙 크다 보니 엔화 약세가 쉽게 진정되지 않는 거다. 시장에서는 162엔이 뚫리면 손절매 물량까지 겹쳐서 다음 저지선은 165엔이 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2. 원화가 왜 엔화의 '그림자'처럼 움직일까

 

더 눈에 띄는 대목은 원화와 엔화의 동조화다. 최근 1년간 원·달러 환율과 엔·달러 환율의 상관계수가 0.9에 달한다고 한다. 1에 가까울수록 두 통화가 같은 방향으로 움직인다는 뜻인데, 예전엔 원화가 중국 위안화를 따라가는 성격이 강했다면 최근 1년은 위안화와의 상관계수가 오히려 -0.85로 내려갔다고 하니 확실히 흐름이 바뀐 셈이다. 30일 서울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1549.4원에 마감했고, 야간거래 중에는 1554.7원까지 오르기도 했다.

왜 이런 일이 벌어지는지 생각해보니, 미국 중심으로 공급망이 재편되면서 한국과 일본 모두 대미 수출 비중이 커졌기 때문이라는 얘기가 일리 있었다. 투자자들이 원화를 엔화의 대체 통화(프록시)처럼 인식하는 경향이 커졌다는 거다. 두 통화 다 강세일 때보다 약세일 때 더 붙어서 움직인다니, 안 좋은 쪽으로 닮은 셈이다.

여기에 중동산 원유 의존도라는 공통분모도 있다. 일본은 원유 수입의 90% 이상, 한국은 약 70%를 중동에 의존하고 있어서, 지난 2월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전쟁 이후 두 통화가 함께 약세를 보였다는 배경도 있다. 가계 자금이 해외로 빠져나가는 구조도 닮았다. 일본은 NISA 계좌를 통해 국민 펀드로 불리는 전세계 분산투자 상품에 자금이 몰리고 있고, 한국은 서학개미의 해외주식 투자 확대가 비슷한 역할을 하고 있다.

 

3. 원화 약세, 내 계좌에는 어떤 의미일까

환율 뉴스를 볼 때마다 드는 생각은 결국 "이게 내 종목에 좋은 거야, 나쁜 거야"다. 이번 국면을 종목 성격별로 나눠서 정리해봤다.

3-1. 수출 비중이 큰 종목은 반사이익 구간에 들어갈 수 있다

원화 가치가 떨어지면 같은 달러 매출이라도 원화로 환산했을 때 금액이 커진다. 그래서 수출 비중이 높은 업종은 환율 약세 국면에서 오히려 실적 방어력이 생기는 경우가 많다. 내 계좌에 있는 현대차만 해도 해외 판매 비중이 워낙 크다. 원화 약세가 마냥 나쁜 소식만은 아니라는 얘기다. 삼성중공업이나 KAI 같은 조선·방산 수출주도 비슷한 구조다. 이미 삼성중공업 관련 글에서 정리했던 조선 업황 회복 흐름과 맞물리면, 환율까지 우호적으로 작용하는 구간이라고 볼 수 있다.

물론 "그러니 사라"는 뜻은 아니다. 환율 하나로 주가가 움직이는 건 아니니까.

3-2. 반대로 부담이 커지는 곳도 분명히 있다

원자재나 부품을 수입해서 쓰는 기업, 항공사처럼 유류비 비중이 큰 업종은 원화 약세가 비용 부담으로 직결된다. 정유·화학처럼 원유를 달러로 사와야 하는 업종도 마찬가지다. 소비자 입장에서도 수입 물가가 올라가면서 체감 인플레이션이 커질 수 있다. 이건 웃을 일이 아니다. 이 부분은 이전에 정리했던 스파이크플레이션 관련 글에서 다룬 에너지·물가 리스크와도 이어지는 흐름이다.

3-3. 서학개미라면 조금 다른 계산이 필요하다

재밌는 건 서학개미처럼 미국 주식이나 달러 자산을 들고 있는 경우다. 원화가 약세일 때는 같은 달러 자산이라도 원화로 환산한 평가액이 커지는 환차익 효과가 생긴다. 일본의 NISA 투자자들이 엔저 국면에서도 해외 분산투자로 재미를 본 것과 비슷한 원리다. 다만 이건 반대로 말하면 환율이 다시 하락(원화 강세)하는 국면에서는 그만큼 환차손 부담도 같이 커진다는 뜻이니, 환율만 보고 해외투자 비중을 늘리는 건 신중하게 접근하는 게 좋을 것 같다.

 

4. 3분기엔 진정될까, 아니면 1600원까지 갈까

여기서부터는 전문가들 의견도 갈린다. 하나은행 쪽에서는 최근 원화 급등이 글로벌 펀드의 반기·분기 말 리밸런싱 물량과 겹친 영향이 커서, 7월부터는 매도세가 줄어들 수 있다고 본다. 반도체 초호황에 따른 성장률 회복과 한국은행의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 그리고 SK하이닉스의 미국주식예탁증서(ADR) 상장이 달러 수급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도 근거로 들었다. 이 시나리오대로면 3분기부터는 원화 약세 흐름이 다소 잦아들 수 있다는 거다.

반면 노무라증권은 정반대다. 연준의 매파적 성향과 글로벌 기술주에 대한 부정적 심리를 감안하면 환율이 1600원까지 오를 수 있다고 전망했다. 두 전망 다 근거가 있다 보니, 나도 어느 한쪽에 베팅하기보다는 두 시나리오를 다 열어두고 지켜보는 중이다. 환율은 워낙 변수가 많은 영역이라 단정적으로 예측하기 어려운 구간이라고 생각한다.

참고로 연말 기준금리 관련 글에서 다뤘던 국내 금리 인상 경로도 이번 환율 흐름과 맞물려 있는 부분이라, 같이 보면 흐름 이해에 도움이 될 거다.

 

5. 결론

이번 기사를 보면서 든 생각은, 엔저가 "일본만의 이야기"가 아니라 이제는 한국 경제와도 구조적으로 얽혀 있다는 거였다. 금리 차, 중동 원유 의존, 해외투자 확대까지 닮은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솔직히 900원대에 엔화 사놓고 좋아했던 나로서는, 환율은 언젠가 제자리로 돌아온다는 막연한 믿음이 있었다. 근데 이번 기사 보면서 그게 항상 맞는 공식은 아니라는 걸 다시 느꼈다. 특히 지금처럼 두 나라 통화가 같이 눌리는 국면에서는 더더욱 그렇다.

결국 원화 약세는 수출주엔 우호적이지만 원자재 수입 부담이나 체감 물가 상승 같은 부작용도 같이 따라온다. 3분기 방향은 하나은행이랑 노무라증권이 정반대로 보고 있는 만큼, 어느 한쪽에 미리 베팅하기보다는 지표 나오는 거 보면서 대응하는 게 나을 것 같다.

근데 이번 기사 쓰면서 개인적으로 좀 더 걸리는 게 있었다. 애들 계좌에 넣어둔 한화시스템이랑 두산에너빌리티, 둘 다 원화 자산이다. 원화가 이런 식으로 구조적으로 반복해서 눌리는 걸 보면 장기로는 달러 자산도 좀 섞어야 하나 싶다가도, 막상 지금 환율표를 보면 1550원이다. 지금 들어가면 딱 제일 비쌀 때 사는 거다. 생각해보니 이런 헤지 생각은 항상 환율이 이미 오른 다음에야 든다. 원화가 쌀 때는 아무 걱정도 안 하다가, 비싸진 다음에야 뒤늦게 달러 생각이 나는 거다. 이번에도 똑같은 패턴이다.

 

#원달러환율 #엔저 #원엔동조화 #서학개미 #환율전망 #수출주 #달러강세

출처: 한국경제 2026.07.01자 지면, "엔화 40년 만에 최저·원달러 1550원 돌파…韓·日 동병상련"(1면) 및 "强달러·중동 원유 의존·서학개미…쌍둥이처럼 닮아가는 원·엔화"(A3면), 최만수·심성미 기자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