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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만에 풀린 미토스 수출통제, 정부는 왜 5조원을 꺼냈나

by money-insight7 2026. 7.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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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무 시작 전, 어제(7월 3일) 신문을 읽다가 그제(7월 2일) 신문과 겹쳐 읽으니 그림이 하나로 이어지는 느낌을 받았다. 어제(7월 3일) 한국경제 1면은 "초과세수 5조 투입, 소버린 AI 개발한다"였다. 그런데 바로 그제(7월 2일) 신문에는 "앤트로픽 미토스·페이블5 수출통제 해제"라는 기사가 있었다. 처음엔 그냥 따로따로 스쳐 지나간 뉴스였는데, 어제 것까지 겹쳐 보니 이게 우연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일단 어제(7월 3일) 기사 팩트부터 정리하면,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반도체 호황으로 걷힌 초과 세수 중 약 5조원을 투입해 엔비디아 베라루빈 슈퍼칩 약 1만 개를 연내에 사들이고, 세계적 수준의 프런티어 AI 모델을 개발하겠다는 계획이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달 26일 "GPU 확보 속도가 너무 느린 것 아니냐"고 직접 언급하며 추경 편성을 주문했다는 대목도 나온다. 그런데 나는 이 기사를 읽으면서 계속 그제(7월 2일) 본 미토스 해제 기사가 떠올랐다. 정부가 이렇게 급하게 5조원을 꺼내든 배경에 있는 사건이, 사실은 이미 결말이 난 사건이었기 때문이다.

태극기 색을 입힌 회로기판과 GPU 칩, 다시 이어지는 사슬 고리를 표현한 미니멀 일러스트

1. 3일 만에 끊기고, 18일 만에 풀린 접속

지난달 9일 앤트로픽이 미토스 기반 모델인 페이블5를 공개했을 때, 국내 여러 기업이 이 모델과 자사 시스템을 연동해 AI 에이전트를 만들려고 움직였다고 한다. 그런데 딱 3일 뒤인 12일, 미국 상무부가 국가 안보를 이유로 페이블5와 미토스5의 해외 접속을 전면 차단했다. 이용자의 국적을 실시간으로 구분할 수 없다는 이유로 앤트로픽은 외국인뿐 아니라 자국민 접속까지 막았고, 시스템을 구축하던 국내 기업들은 계획을 통째로 다시 짜야 했다. 곧이어 오픈AI의 GPT-5.6도 비슷한 방식으로 '신뢰할 수 있는 파트너'에게만 먼저 공개됐다.

그런데 그제(7월 2일) 신문을 보면 이 사건은 이미 끝나 있었다. 6월 26일 미 정부가 검증된 이용자 일부에게만 미토스5 사용을 제한적으로 허용했고, 나흘 뒤인 7월 1일에는 일반 이용자까지 빗장을 완전히 풀어버렸다. 상무부가 두 모델에 대한 수출통제 지침을 해제했다는 통보를 보낸 게 6월 30일이니, 차단(6/12) → 부분 허용(6/26) → 전면 해제(6/30 통보, 7/1 서비스 재개) 순서다. 계산해보면 딱 18일 만이다. 그리고 국내에서는 한국인터넷진흥원(KISA)과 삼성전자, SK하이닉스, SK텔레콤이 앤트로픽의 글로벌 AI 보안 협의체 '프로젝트 글래스윙' 참여 대상으로 거론됐다가, 이번 해제로 접근권이 함께 회복될 걸로 보인다는 대목도 있었다.

2. 완전히 풀린 게 맞을까 — 조용히 손을 봤을 가능성

그제(7월 2일) 신문에서 제일 눈에 걸린 건 사실 해제 소식 자체가 아니라 그 아래 딸린 한 줄이었다. 업계 일각에서는 미 정부가 규제를 풀어주는 대가로 앤트로픽이 모델의 핵심 기능이나 성능을 인위적으로 조정했을 것이라는 얘기가 나온다는 대목이다. 최초 규제 사유가 사이버 보안 우려였던 만큼, 성능을 일부 깎아내는 안전장치를 조건으로 걸었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이 대목을 읽고 나서 처음 든 생각을 그대로 옮기면, "위기가 해결된 게 아니라 조용히 길들여진 것일 수도 있겠다"는 것이었다. 접속이 다시 열렸다는 헤드라인만 보면 해피엔딩처럼 읽히지만, 정작 우리가 다시 쓸 수 있게 된 모델이 3주 전 그 모델과 똑같은 물건인지는 아무도 확인해주지 않았다.

국가 안보를 이유로 성능을 조정할 수 있다면, 반대로 어떤 기능을 언제 얼마나 빼는지도 결국 상대국 정부 판단에 달려 있다는 뜻이 된다. 접속 자체보다 이 부분이 더 소버린 AI를 밀어붙이는 근거로 와닿았다. 업계에서는 이런 식으로 최첨단 모델이 나올 때마다 정부가 일단 틀어막았다가 시간을 두고 단계적으로 풀어주는 패턴이 앞으로도 반복될 거라는 전망까지 나온다고 하니, 이번 한 번으로 끝날 일이 아니라는 뜻이다.

3. 이미 풀린 위기에 5조원을 쓴다는 것의 의미

여기서 아마추어 투자자로서 든 의문이 하나 있다. 정부가 5조원 카드를 꺼낸 근거로 든 사건이 이미 종결된 사건이라면, 이 예산은 지나간 위기에 대한 뒤늦은 대응인가, 아니면 다음 번 위기를 대비한 선제 조치인가 하는 것이다. 처음엔 정부가 한 발 늦었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런데 다시 생각해보니 오히려 반대일 수도 있겠다 싶었다.

소버린 AI라는 말을 그동안 그냥 "국산 AI 키우자"는 슬로건 정도로 들었는데, 이번 사건을 보고 나니 뜻이 훨씬 구체적으로 다가왔다. 결국 남의 나라 정부의 판단 하나로 우리가 매일 쓰는 도구가 하루아침에 끊길 수 있다는 걸 실제로 겪었다는 얘기이고, 그래서 이 문제가 산업 경쟁력이 아니라 국가 안보의 문제로 다뤄지는 것이다.

그런데 국가 예산이 이렇게 빨리 움직였다는 것 자체도 따로 눈여겨볼 부분이다. 보통 정부 사업은 기획부터 예산 편성까지 최소 몇 달은 걸리는데, 이번엔 사건이 터진 지 한 달도 안 돼 추경 얘기가 나왔다. 이게 그만큼 절박했다는 뜻이기도 하지만, 반대로 보면 다음에 비슷한 일이 또 생겨도 정부가 이 정도 속도로 대응할 수 있다는 걸 미리 보여준 셈이기도 하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SK텔레콤 같은 국내 대기업조차 접근권 문제에서 자유롭지 않았다는 사실을 생각하면, 이번 대응 속도 자체가 다음 위기 때 참고할 만한 선례로 남을 것 같다.

4. 숫자로 보면 한국의 현실이 더 선명하다

지금 한국은 독자 파운데이션 모델 프로젝트를 통해 LG AI연구원, SK텔레콤, 업스테이지, 모티프테크놀로지스 4개 팀을 키우고 있다. 그런데 각 팀에 지원되는 GPU는 700~800개 수준이다. 2개 팀으로 좁혀져도 팀당 2000개에 그친다.

4-1. 오픈AI와 비교하면

오픈AI는 GPT-4에 A100 기준 약 1만 개를, GPT-5에는 약 2만1000개를 투입했다고 한다. 우리가 4개 팀에 나눠 쓰는 GPU를 다 합쳐도 글로벌 최상위 모델 하나의 절반이 안 되는 셈이다. 스탠퍼드대가 뽑은 '2025년 주목할 만한 AI'에 한국 모델이 8개나 이름을 올렸다는 건 반가운 소식이지만, 자원이 이렇게 쪼개져 있으면 질적 격차는 계속 벌어질 수밖에 없다는 게 기사의 지적이다. 반대로 프랑스는 미스트랄AI 한 곳에 집중한 결과 프런티어 모델 성능에서 메타를 제치고 7위에 올랐다고 하니, '선택과 집중'의 효과를 눈으로 보여준 사례인 셈이다.

5. 그래서 정부가 꺼낸 카드 — 한 팀에 몰아주기

과기정통부는 추경이 확정되면 베라루빈 GPU 1만 개를 한 팀에 집중 지원하는 쪽으로 방향을 틀 계획이라고 한다. 지금까지의 내부 경쟁 방식에서 벗어나, 기존 파운데이션 모델 프로젝트 점수와 AI 기술력, 기업의 공동 투자 의지를 평가해 진짜 승부를 걸 팀 하나를 고르겠다는 것이다. 하드웨어뿐 아니라 해외로 나간 국내 AI 인재를 다시 불러오는 예산도 이번 추경에 포함된다고 하니, 단순히 장비를 사는 차원을 넘어선 국가적 총력전 성격이 짙다.

6. 개인적으로 눈이 간 이름들 — 삼성전자와 SK텔레콤

내가 삼성전자와 SKT를 같이 들고 있다 보니 이번 두 기사를 겹쳐 읽으면서 자연스럽게 이 두 회사 이름이 눈에 들어왔다. SKT는 국방부와 소버린 AI 관련 MOU를 맺은 데 이어 독자 파운데이션 모델 4개 팀 중 하나로 정부 GPU를 지원받고 있는 곳이고, 삼성전자는 이번에 접근권 문제가 걸렸던 프로젝트 글래스윙 참여 대상으로 이름이 오르내린 곳이다. 두 회사가 각각 다른 통로로 같은 이슈, 즉 '해외 AI 모델에 대한 접근권'이라는 문제에 걸려 있다는 걸 이번에 처음 인지했다.

다만 이걸 곧바로 '수혜주'라는 단어로 포장하고 싶지는 않다. 5조원이 실제로 추경에 반영될지, 한 팀에 몰아주는 방식이 정치적으로 부작용 없이 진행될지, 아직 확정된 게 하나도 없다. 그래도 앞으로 지켜볼 만한 기준은 나름대로 정리해봤다.

하나는 GPU 같은 AI 인프라를 얼마나 빨리, 얼마나 많이 확보하느냐다. 삼성전자야 반도체 회사니 이 쪽 체력은 원래 있는 편이고, SKT는 통신망·데이터센터 자산을 얼마나 AI 쪽으로 돌리는지가 관건일 것이다. 다른 하나는 데이터다. 결국 좋은 모델을 만들려면 국내에서만 확보할 수 있는 데이터(통신·국방·산업 데이터 같은 것들)를 누가 쥐고 있느냐가 승부를 가를 텐데, 이 지점에서 SKT의 통신 데이터, 삼성전자의 제조·반도체 데이터가 각각 어떻게 쓰일지 지켜볼 생각이다. 국내 한 AI 전문가는 "이른 시간 내 따라잡지 못하면 AI 종속국으로 전락할 수 있다"고 경고했는데, 이 말이 과장이 아니라 실제 절박함에서 나온 표현이라는 인상을 받았다.

그제 신문과 어제 신문을 나란히 놓고 보니, 뉴스 하나하나는 각자 완결된 이야기처럼 보여도 실제로는 계속 이어지는 하나의 흐름이라는 걸 새삼 느꼈다. 반도체로 번 돈을 다시 미래 기술에 넣는다는 큰 그림 자체는 맞는 방향인 것 같은데, 4개 팀에 나눠주던 걸 갑자기 한 팀으로 몰아준다는 게 말처럼 매끄럽게 진행될지는 잘 모르겠다. 예산 정치라는 게 원래 그렇게 깔끔하게 흘러가지 않으니까. 그래도 이번에 제일 오래 남는 생각은 따로 있다. 18일이면 풀릴 일이었는데도 정부는 5조원짜리 카드를 꺼냈고, 심지어 풀린 모델이 예전 그대로인지도 확실치 않다는 것. 어쩌면 진짜 무서운 건 접속이 끊기는 그 순간이 아니라, 다시 열어준 문 뒤에 뭐가 얼마나 바뀌었는지조차 우리가 알 수 없다는 사실 자체가 아닐까 싶다.

#소버린AI #과기정통부 #GPU1만개 #앤트로픽미토스 #수출통제해제 #삼성전자 #SK텔레콤

출처

한국경제 2026.07.03자 지면 A1면, A3면 (박한신·이영애 기자)

조선일보 2026.07.02자 지면 B4면 1단 (안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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