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업무 시작 전 한국경제를 펼쳤는데 A3면과 A12면에서 신기하게 맞물리는 기사 두 개를 봤다. A3면은 모더나와 머크가 mRNA 암 백신 임상 3상에 성공했다는 소식이었고, A12면은 앤트로픽의 AI 모델 클로드가 신약 후보 단백질을 직접 설계했다는 소식이었다. 처음엔 그냥 순서대로 읽었는데, 두 번째 기사를 다 읽고 나니 첫 번째 기사가 다시 보였다. 별개의 뉴스가 아니라 같은 흐름의 앞뒤 장면 같았다.
1. 모더나 주가가 하루 만에 177% 뛴 이유
모더나와 머크는 19일(현지시간) mRNA 기반 암 백신 인티스메란과 면역항암제 키트루다를 함께 투여한 임상 3상에서, 키트루다 단독 투여보다 악성 피부암인 흑색종의 재발·전이 위험을 낮추는 데 성공했다고 발표했다. mRNA 암 백신이 후기 임상에서 효과를 입증한 첫 사례라는 점이 핵심이다. 이 소식에 모더나 주가는 나스닥에서 177% 치솟아 174.38달러로 마감했다.
177%라는 숫자가 처음엔 오탈자인가 싶어 다른 기사들도 여러 개 더 찾아봤는데, YTN·뉴스1·한국경제 등에서 모두 같은 수치(176.97%)를 확인했다. 전날 종가가 60달러대였던 걸 감안하면 실제로 하루 만에 3배 가까이 뛴 게 맞다. 삼성전자 같은 대형주 감각으로 보면 비현실적인 변동폭인데, 모더나처럼 임상 결과 하나에 회사 가치 전체가 걸린 임상 단계 바이오주는 소형 성장주와 비슷한 변동성을 갖는다는 걸 다시 확인했다.
기사를 더 찾아보니 이 임상은 'INTerpath-001'이라는 이름이 붙은 3상이었다. 수술로 종양을 완전히 제거한 2B~4기 고위험 흑색종 환자 1,137명을 2대1로 나눠, 한쪽엔 인티스메란과 키트루다를 함께 투여하고 다른 쪽엔 키트루다만 투여했다. 무재발 생존기간(RFS)이라는 1차 목표와 원격 전이 없는 생존기간(DMFS)이라는 2차 목표를 모두 충족했다고 한다. 사실 이 조합이 완전히 처음 나온 얘기는 아니다. 올해 초 발표된 2b상 5년 추적 데이터에서 이미 재발·사망 위험을 49%, 원격 전이·사망 위험을 59% 낮췄다는 결과가 있었다. 이번 3상은 그 데이터를 훨씬 큰 환자군(1,137명)에서 재확인했다는 의미가 크다.
방식이 흥미롭다. 환자의 종양 유전체를 AI로 분석해 그 환자에게만 있는 암세포 단백질(신생 항원)을 최대 34개까지 찾아내고, 그 정보를 mRNA에 담아 몸에 주입한다. 기성품 항암제가 아니라 환자 한 명을 위한 '1인용' 치료제를 만드는 셈이다. 국내 KRX헬스케어지수도 이 소식에 20일 2.76% 오른 4074.46으로 마감했다. 미국 현지에서는 머크 주가도 12.6% 올랐고, 같은 mRNA 암 백신을 개발 중인 독일 바이오엔테크도 22% 가까이 동반 상승했다. 시가총액 기준으로 머크가 3,710억 달러, 모더나가 620억 달러 선까지 뛰면서 일부 애널리스트는 "이제 모더나가 인수 대상으로 거론될 만하다"는 평가까지 내놨다고 한다. 후속 데이터는 오는 10월 유럽종양학회에서 나올 예정이다.
다만 신문에는 안 나왔지만 찾아보니 미국 내 정치적 배경도 마냥 순탄하지만은 않았다. 로버트 케네디 주니어 보건복지부 장관이 mRNA 기술 자체에 반복적으로 회의적인 발언을 해왔고, 지난해엔 mRNA 백신 연구·개발 계약 5억 달러어치를 삭감하기도 했다. 그런 분위기 속에서 나온 이번 3상 성공이라, 시장은 환영했지만 규제 심사 과정에서의 불확실성은 여전히 남아 있다는 게 냉정한 평가인 듯하다.
2. 같은 날 A12면, 앤트로픽은 단백질을 '설계'했다고 발표했다
A12면 기사는 결이 완전히 달랐다. 앤트로픽이 18일(현지시간) 자사 AI 모델 클로드가 여러 단백질 설계용 AI 도구를 조합해 특정 표적에 결합하는 새로운 단백질을 스스로 설계하는 데 성공했다고 밝혔다는 내용이었다. 연구진이 질병 표적과 연구 프로토콜을 학습시키자, 클로드가 결합 위치 선정부터 설계, 구조 생성까지 전 과정을 수행했다는 것이다.
숫자가 눈에 띄었다. 실제 합성해 분석한 후보 1320개 중 354개가 표적에 결합해 적중률 26.8%를 기록했는데, 기존 방식의 적중률은 통상 1% 미만이라고 한다. 클로드가 1순위로 추천한 후보만 따로 보면 결합 성공률이 49%까지 올라간다. 신약 후보 발굴이 '자연계에 이미 존재하는 물질 중에서 찾는' 방식에서 '표적에 맞는 물질을 처음부터 만들어내는' 방식으로 넘어가고 있다는 게 기사의 요지였다. 2020년 구글 딥마인드의 알파폴드2가 단백질 구조 예측의 문을 열었고, 알파프로테오·프로틴MPNN 같은 도구가 뒤를 이었는데, 이번엔 클로드가 그 도구들을 스스로 골라 쓰는 에이전트 역할까지 해냈다는 점이 다르다.
앤트로픽 발표를 더 찾아보니 이 실험은 'Claude Science'라는 자체 연구용 워크벤치 위에서 진행됐고, 두 개의 모델(Mythos Preview·Opus 4.8 — 둘 다 앤트로픽이 이 무렵 공개한 최신 연구용 클로드 모델군이다)이 각각 15개 표적을 상대로 48시간 동안 설계 캠페인을 벌였다고 한다. 표적 하나당 결과가 꽤 갈렸는데, RBX1이라는 표적에서는 40%의 적중률을 기록해 과거 인간 참가자들이 겨룬 설계 대회의 3.7%를 압도했다. 반대로 말토스 결합 단백질(MBP)이라는 표적에서는 90개 설계 중 단 하나도 결합에 성공하지 못했다. 휴미라 같은 항염증제의 표적으로 알려진 TNFα에서는 상대적으로 약한 모델(Opus 4.8)이 성공하고 더 강한 모델(Mythos Preview)이 실패하는, 다소 이해하기 어려운 결과도 나왔다고 앤트로픽 스스로 인정했다. 이 결과에 대해 제약업계 출신 인물인 마틴 슈크렐리는 "결합력이 낮고 세포 내부 단백질은 하나도 표적으로 삼지 못했다"며 회의적인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두 번째로 흥미로웠던 건 별도 실험이었다. 클로드 오퍼스5(일반에 공개된 앤트로픽의 최신 상용 모델)가 핵자기공명분광(NMR)과 액체크로마토그래피·질량분석(LC-MS)이라는, 원래 전용 소프트웨어와 숙련된 연구원이 며칠씩 붙어야 하는 원시 데이터를 받아 20여 분 만에 순도 분석 보고서를 만들었는데, 그 결과가 실제 실험실 분석치(96.33%)와 거의 일치(96.4%)했다는 점이다. 설계뿐 아니라 검증 단계까지 AI가 파고들고 있다는 뜻으로 읽혔다.
3. 국내 증시는 이미 요란했다
신문을 덮고 나서 국내 반응이 궁금해 좀 더 찾아봤는데, 이미 20일 장중에 관련주들이 꽤 크게 움직인 뒤였다. 코스닥150 헬스케어 지수가 2.7% 오른 가운데, RNA 관련주로 분류되는 알지노믹스가 13% 넘게, 에스티팜이 장중 한때 18%대까지, 올릭스가 5%대 상승했다. 나이벡과 소마젠, 제넥신은 장중 상한가를 찍었고, 파미셀은 24%대, 아이진은 21%대까지 뛰었다. 삼양바이오팜도 자체 mRNA 암 백신 후보물질을 전임상 단계에서 개발 중이라는 이유로 30% 가까이 상승했다.
눈에 띈 건 국내에도 AI 기반 맞춤형 암 백신을 개발 중인 회사가 있다는 점이었다. SCL사이언스 자회사 네오젠로직이 카이스트 교수팀과 공동으로 개발한 '딥네오'라는 AI 암 백신 설계 플랫폼을 보유하고 있는데, 이번 모더나 뉴스로 재조명됐다고 한다. T세포뿐 아니라 B세포 반응성까지 함께 분석·설계한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었다. 반도체나 조선 쪽 관련주 흐름은 어느 정도 감이 있는데, 바이오 쪽은 이렇게 하루 만에 관련주가 두 자릿수씩 움직이는 걸 보니 시장의 온도 차가 확실히 다르다는 걸 느꼈다.
다만 이 종목들을 하나씩 뜯어보면 성격이 꽤 다르다는 것도 알게 됐다. 에스티팜과 파미셀은 mRNA 합성, 캡핑, LNP 전달체, 뉴클레오시드 원료 같은 실제 위탁개발생산(CDMO) 사업을 갖고 있는 회사다. 모더나가 잘되든 다른 회사가 잘되든 mRNA 치료제 시장 자체가 커지면 수주가 늘어날 수 있는 구조라, 이번 급등이 순전히 테마만은 아니라고 볼 여지가 있다. 반면 상한가를 찍은 종목 중에는 자체 파이프라인이 아직 전임상 단계이거나, 모더나와의 연관성이 '유전체 분석 서비스를 공급한 적 있다'는 정도로 느슨한 경우도 섞여 있었다. 하루 만에 20% 넘게 뛴 종목이라고 다 같은 이유로 오른 게 아니라는 뜻이다. 이번 소식으로 관련주를 검색해본다면, 상승률 크기보다 그 회사가 mRNA 밸류체인 어디에 실제로 걸쳐 있는지부터 확인하는 게 순서일 것 같다.
4. 두 기사를 나란히 놓고 보니 든 생각
A3면 기사만 봤으면 그냥 '모더나 주가 많이 올랐네' 하고 넘어갔을 것이다. 그런데 A12면을 이어서 읽으니 신약 개발이라는 산업 자체의 병목이 어디서부터 풀리고 있는지가 조금 더 입체적으로 보였다. mRNA 암 백신도, 클로드의 단백질 설계도 결국 같은 재료를 쓴다. 환자 또는 표적의 유전체·구조 데이터를 AI가 읽고, 그 안에서 이전에는 사람이 일일이 찾아야 했던 '급소'나 '결합 지점'을 찾아낸다는 것이다. 다른 점은 하나는 임상 단계까지 간 결과물이고, 다른 하나는 이제 막 후보물질을 만들어내는 초기 단계라는 것뿐이다.
업계에서 신약 하나에 통상 10년 이상, 3조원 가까운 비용이 든다고 보는데, 후보물질 발굴 단계의 적중률이 1% 미만에서 26.8%로 올라간다면 이건 단순히 '조금 더 잘 찾는다'는 수준이 아니라 개발 사이클 자체가 짧아진다는 뜻이다. 기사에서도 AI를 활용하면 후보물질 발굴과 초기 개발 시간·비용을 절반 이하로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썼다. 반도체나 로봇 쪽 뉴스를 주로 챙겨보던 입장에서는, AI가 침투하는 산업의 폭이 생각보다 넓다는 걸 다시 확인한 느낌이었다.
다만 두 기사 모두 과제도 같이 짚었다. 모더나 쪽은 이번에 성공한 흑색종이 항암제가 비교적 잘 듣는 '핫튜머'였고, 악성뇌종양이나 췌장암 같은 '콜드튜머'에서도 효과를 입증하는 게 남은 숙제라고 했다. 앤트로픽 쪽도 클로드가 만든 단백질이 곧바로 신약이 되는 게 아니라 독성·약효를 확인하는 비임상·임상을 거쳐야 한다고 분명히 선을 그었다. AI가 탐색 구간의 시간을 줄여줄 수는 있어도, 사람 몸에 쓰기까지 거쳐야 하는 검증 단계 자체를 건너뛸 수는 없다는 뜻으로 읽었다.
한 가지 더 생각해볼 지점은, 이 기술이 순수하게 기술력만으로 굴러가는 판이 아니라는 것이다. 미국에서는 mRNA 기술 자체를 정치적으로 의심하는 목소리가 여전하고, AI 쪽에서도 앤트로픽 스스로 단백질 설계 같은 이중용도 기능은 최고 성능 모델에서도 제한적으로만 공개하고 있다고 밝혔다. 기술이 빨리 간다고 시장이 곧바로 따라가는 게 아니라, 규제·안전성 통제라는 속도 조절 장치가 계속 같이 붙어 다닌다는 걸 새삼 느꼈다.
5. 아마추어 투자자로서의 소회
솔직히 말하면 지금 계좌를 다 뒤져봐도 바이오·제약 관련 종목은 하나도 없다. KAI, 두산에너빌리티, 현대차, SKT 같은 방산·에너지·로봇 쪽에 쏠려 있다 보니 이번 기사는 '내 종목이 올랐다'가 아니라 '내가 안 보고 있던 판이 이렇게 커지고 있었구나' 싶은 쪽에 가까웠다. 예전에 급하게 뛰어들었다가 물린 경험이 있어서인지, 이번엔 그냥 관심 종목에 아무거나 적어두지는 않기로 했다. 대신 세 가지만 보려고 한다. 첫째는 앞서 짚은 것처럼 mRNA 밸류체인에 실제로 걸친 사업인지, 둘째는 이번 급등 전에도 꾸준히 파이프라인을 늘려온 회사인지, 셋째는 지금 주가가 이미 그 기대를 다 반영해버린 건 아닌지다. 당장 매수 버튼을 누르기보다는, 다음 임상 데이터가 나오는 10월 유럽종양학회 전후로 이 기준에 맞춰 다시 들여다볼 생각이다. 물론 이건 어디까지나 아마추어 개인 투자자로서의 판단 기준일 뿐이고, 의료적 효과나 임상 성패에 대한 판단은 아니라는 점은 분명히 해두고 싶다.
이번엔 그냥 두 기사를 읽으면서 든 생각을 정리해봤다. AI가 반도체나 로봇처럼 눈에 보이는 하드웨어를 넘어, 단백질이라는 눈에 안 보이는 영역까지 설계하고 있다는 사실이 꽤 오래 머릿속에 남을 것 같다.
#mRNA암백신 #모더나 #앤트로픽 #클로드 #신약개발AI #국내RNA관련주 #AI산업동향
직접 읽은 기사
한국경제, "1000명의 암, 1000개의 백신…항암도 '환자 맞춤형'으로 진화" (2026.08.21자 A3면)
한국경제, "신약 개발 속도 내는 앤트로픽…AI로 단백질 합성해 맞춤설계" (2026.08.21자 A12면)
참고 자료
한국경제, "모더나 mRNA 암백신 3상 성공에…국내 RNA·암백신주 동반 강세"
파이낸셜뉴스, "'땡큐 모더나' mRNA 암백신 3상 성공에 'K-바이오株' 들썩"
서울신문, "모더나·머크 암 백신 3상 성공… SCL사이언스 자회사 네오젠로직 'AI 암 백신' 재조명"
Anthropic, "How Claude is accelerating protein design and analytical chemist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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